오래전 한 부하직원이 감사를 준비하면서 보인 행동 때문에 크게 나무랐던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어떤 내용이 감사 담당자의 조사목록에서 제외돼 다행이라는 이야기였다. 물론 동료와 가볍게 나누던 지나가는 이야기로 본인도 문제점을 알고 있던 건이라서, 우연히 지나치다 들었던 나로서는 그냥 넘어갈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위 ‘될성부른 나무’로 생각하던 친구였기에 쓴소리를 해주었다.
그때 해준 이야기가 ‘하인리히의 법칙’이다. 하인리히의 법칙은 1931년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책에서 소개한 내용으로, 산업재해 중상자가 한 명 나올 때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인한 경상자가 29명, 부상을 입을 뻔한 잠재 부상자가 300명이 있었다는 법칙이다. 즉, 실제 발생하지 않았던 잠재 위험의 빈도가 모여 한 번의 큰 사고를 만들어낸다는 이야기다. 그 직원에게 이 법칙을 얘기하면서 우리가 ‘다행스럽게’ 지적받지 않은 이 건이 300번의 잠재 발생 안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말을 해주었다. 운좋게 지나간 한 번의 행운이 결국은 행운이 아니라 대형사고 1건 또는 중형사고 29건이 발생할 확률로 한 발 다가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러시안 룰렛 게임에서 빈 총 격발을 한 번 한 것과 같다는 비유도 덧붙여줬다. 사고나 위험은 그 자체를 피하고 겪지 않으려 하면 안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방지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말을 전했다.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릴 수도 있었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은 그 직원은 지금 상당한 중책을 맡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은 하인리히의 법칙을 염두에 두고 잠재 위험이 대형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은 어느 업종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란 컨베이어벨트처럼 자동으로 돌아가는 기계적인 시스템이 아니고 이를 운영하는 조직체계, 이를 대하는 문화, 과학적인 기법 모두가 어우러진 유기체와 같은 시스템이다.
우리회사의 경우도 사기방지시스템(Anti-Fraud System), 입회평점시스템(Application Scoring System), 행동평점시스템(Behavior Scoring System),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기반을 제공하는 전략운영시스템(Rule Based Management System) 등 기본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것보다 리스크 관리에 임하는 직원의 자세와 리스크 관리 지향적인 조직문화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회사는 새로운 도전을 회피하기보다는 리스크를 관리범위 내에 유지시킬 방안을 고민하며 이에 필요한 교육·훈련에 역점을 두고 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리스크의 종류도 다양해지며 피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된다. 새롭게 변하는 리스크 환경에 잘 대응하기 위해 규정을 잘 적용하고 기본 원리를 충실히 이해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수시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체계와 마인드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배가 가장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은 항구에 정박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배는 항해가 목적이지 정박이 목적은 아니다. 거친 파도와 풍랑을 겪을 기회 자체를 빼앗아 안전을 추구하기보다는 예측과 관리로 이를 안전하게 헤쳐나가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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