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부서 간 칸막이와 성과 부풀리기가 도를 넘어섰다.

서울시는 지난 21일 강서구 가양동 마곡지구 내 50만㎡ 규모의 ‘서울화목원’을 2016년 말까지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식물과 호수 등 자연성은 극대화하고 인공적인 요소는 최소화해 식물원과 공원이 결합된 ‘보타닉 파크’로 짓겠다는 구상이다.

서울 서남권(양천ㆍ강서ㆍ구로ㆍ금천ㆍ영등포ㆍ동작ㆍ관악구)에 대표공원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도시라면 하나씩 가지고 있는 대표식물원이 서울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서울의 대표 식물원’, ‘ 여의도공원의 2배’, ‘서남권의 첫 대형공원’이란 극대화된 표현이 설명회 내내 수차례 등장했다.

순간 기자는 귀를 의심했다. 어디선가 많이 듣던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 6월 구로구 항동 저수지 인근에 10만여㎡ 규모의 ‘푸른수목원’을 개장하면서 비슷한 얘기를 했었다. 당시엔 설명회를 생략한 보도자료만 배포했지만 ‘서울시 최초 수목원 사업’,‘서울광장의 8배’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랬던 서울시가 두 달 만에 서울화목원을 서남권 최초의 대형공원, 서울의 대표 식물원이라며 띄우기에 나섰다.

배포자료와 설명회에선 “남산식물원이 2006년 철거돼 서울의 대표 식물원이 없다”는 내용만 눈에 띌 뿐 푸른수목원에 대해선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두 달 전 뉴스를 보지 못한 시민들은 서울시의 ‘눈 가리고 아웅’식 정책 발표에 속을 수밖에 없다.

뭔가 차별점이 있다면 또 얘기는 달라진다. 하지만 규모 외에 다른 점은 찾아보기 힘들다. 푸른수목원은 10만여㎡, 1700여종의 수목이 어우러졌지만 서울화목원은 50만여㎡ 크기에 5000여종의 식물이 식재된다. 이 외 보타닉공원을 콘셉트로 했다는 점, 자연성을 극대화하고 온실식물원, 다양한 주제의 테마가든, 원예교육 및 각종 전시ㆍ축제 공간 조성 등 공원 내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점도 서울화목원은 푸른수목원과 별반 다르지 않다. 꽃과 나무란 구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화목원(化木圓)원이란 용어를 사용했을 뿐 형태와 기능은 수목원ㆍ식물원과 같다. 눈에 띄는 다른 점이라면 푸른수목원은 시 푸른도시국에서, 서울화목원은 시 마곡사업추진단에서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두 수목원관의 거리도 불과 20여분밖에 안 떨어져 있어 내년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담당부서인 마곡사업추진단 관계자는 “ ‘서울화목원’은 푸른수목원과 달리 가드닝문화를 조성할 식물문화센터가 들어선다”며 “센터엔 카페도 들어선다. 문화가 있는 공원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가드닝(Gardening). 우리말로 바꾸면 원예교육센터다. 이런 공간은 푸른수목원(KB숲교육센터)에도 있다.

또 다른 마곡사업추진단 관계자는 “우린 마곡사업추진단인데 굳이 푸른도시국에서 조성한 푸른수목원을 언급할 필요가 있냐”며 “식물원은 식물 종류가 다양하고 주제별로 꾸며져야 하는데 푸른수목원은 그런 특성이 부족하다. 식물원이라고 부르기에 적절치 않다”며 푸른수목원의 가치를 평가절하했다.

푸른도시국 관계자는 “콘셉트와 위치 등 많은 부분이 겹치지만 우리 부서 사업이 아니라 뭐라 답변할 수가 없다”며 “사전에 서울화목원 관련 보도자료 및 관련 내용에 대한 부서 간 조율작업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푸른수목원도 조성 당시엔 서울시의 최초 수목원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정부가 약속한 예산지급을 중단했음에도 시가 자발적으로 남은 비용(498억원, 전체의 96%)을 부담하면서까지 열의를 보였던 사업이다.

하지만 서울과 부천의 경계점이라는 점, 불편한 교통 등으로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상대적 가치에서 서울화목원에 밀린 셈이다. 마곡지구는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미개발지로 시가 산하기관인 SH공사의 채무감축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곳이다.

더욱이 두 공원 조성에 참여한 전문가가 동일인인 것으로 알려져 시가 마곡지구 활성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푸른수목원의 존재를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그만큼 서울화목원이 내세울만한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비아냥거림도 나온다.

박원순 서울 시장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박 시장은 서울화목원 조성관련 설명회에 발표자로 나서 “서울엔 대표적인 식물원이 없다”고 했지만 두 달 전 그는 푸른수목원 개원식 현장에 있었다.

공원 만든다고 뭐라고 하는 게 아니다. 휴식공간이 늘어나면 시민들도 좋다. 하지만 서울시는 정직하지 못했다. 이미 대시민홍보가 됐던 정책도 부서 간 과열경쟁과 성과부풀리기에 혈안돼 시민을 속였다. 박원순 시장은 평소 시민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맞다. 시민은 그렇게 아둔하지 않다. 서울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