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아역(兒役), 사전적 의미로는 ‘연극이나 영화에서 어린이의 역. 또는 그 역을 맡은 배우’를 일컫는 말. 연령대는 성인이 되지 않은 청소년까지를 포함한다.
이미 방송가엔 ‘아역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웬만한 성인 연기자보다 날고 기는 연기력의 아역배우들이 속속 등장한다. 대작 사극에 국한돼 성인배우의 어린시절을 연기했던 아역들은 이제 거의 모든 드라마에서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있다. 드라마 경향의 변화 때문이다. 16부작의 미니시리즈라 할지라도, 최근의 드라마는 주연배우들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며 드라마의 설득력과 개연성을 높이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역배우들의 수요가 넘쳐나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한계에 부딪혔다. ‘공급의 한계’다.
한국드라마제작협회의 박상주 총괄팀장은 “아역배우들의 공급은 적고 수요는 넘쳐나는 상황이다.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며 “아역배우들의 경우에도 A급배우가 있고, 그를 상회하는 S급 배우가 있다. 드라마에서 인기를 모아도 곧 영화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섭외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니 현재 방영 중이거나 방영됐던 드라마에 등장하는 아역배우들의 얼굴을 살펴보면 놀라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같은 얼굴이 드라마를 바꿔가며 얼굴을 비치거나 나이 든 아역들이 고교생 역할을 하는 경우다.
‘해를 품은 달(MBC)’을 통해 인기를 모은 김소현은 ‘보고싶다’를 거친 이후 최근 SBS ‘출생의 비밀’과 ‘너의 목소리에 들려’ 두 편의 드라마에 나란히 얼굴을 비쳤다. ‘잘 나가는 아역배우’로 우뚝 선 상황이다. ‘해를 품은 달’에 함께 출연해 명품아역으로 거듭난 여진구 김유정도 스타파워가 톱배우 못지 않아,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배우들이다.
배우 경수진은 KBS2 ‘상어’에서 손예진의 어린시절을 연기했지만, 두 사람의 나이차는 불과 다섯 살이다. 경수진이 26세, 손예진이 31세. 상대역이었던 연준석과는 여덟살 차이가 났다. 방송 이후 덕분에 포털사이트에는 ‘손예진 닮은꼴’ ‘경수진 나이’가 검색어로 치고 올라왔다.
배우 박세영도 KBS2 ‘학교 2013’에서 여고생 역할을 했지만, 당시 그는 대학4학년에 재학 중이었고, 남보라도 최근 KBS2 드라마스페셜 ‘내 낡은 지갑 속의 기억’에서 여고생을 연기했으나, 현재 그의 나이 25세다. 동안배우들의 특권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아역배우는 기근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례적인 경우도 있다. 현재 방영 중인 MBC ‘여왕의 교실’이다. 이 드라마에는 고현정을 비롯해 스타급 아역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영화 ‘마음이’의 김향기, ‘아저씨’의 김새론, 필모그라피 나열이 무의미한 서신애, 천보근 등을 포함한 24명의 아역들이다.
아역배우 기근시대에 연기파 아역들이 ‘여왕의 교실’에 대거 출연할 수 있었던 노하우는 따로 있었다.
드라마 홍보사에 따르면 ‘여왕의 교실’은 이동윤 PD와 제작사의 캐스팅 팀이 짝을 이뤄 지난해 12월부터 캐스팅 작업에 들어갔다. 기준이 있었다. “기존 아역배우들의 인지도와 캐릭터에 편견을 갖지 않는 맞춤형 캐스팅”이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캐스팅 시기도 기존 드라마와는 달리 이례적으로 빨리 시작하게 됐다. 아역배우 선점을 위한 초반 작업이었던 것.
제작사 측은 이에 “아역들이 대거 출연해야 하는 드라마인 만큼 올 초반부터 300~400명 이상의 아역을 개별적으로 면담을 시작했고, 원작하고 최대한 톤을 맞추기 위해 캐릭터와 연기력 위주로 아역 캐스팅 진행”했다.
빛을 발한 것은 오동구 역을 맡은 유일한 남자아역 천보근이다. 천보근의 경우 무려 250여명의 아역배우들을 일일이 보고난 뒤 선정된 배우다. 비주얼이 주는 느낌과 캐릭터의 조화를 중시해 결정됐다.
“스타성과 이슈에 의존해서 캐스팅하지 않았다”는 제작사의 설명은 기존 드라마들이 스타급 아역들을 통해 초반 홍보효과를 거두려는 것과는 차별화된다.
하지만 스타도 있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아역들 가운데 서신애는 가장 베테랑급 연기자다. 그럼에도 이번 드라마에선 메인 주인공이 아닌데다 ‘은따’ 역할에 드라마 속 서열은 4번째에 불과한 인물이다. 제작진은 서신애의 경우 유난히 욕심 낸 연기자다. 기존 아역배우들처럼 주인공의 어린시절을 연기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캐릭터를 연기해온 베테랑이기 때문. 이제 제작진은 “꼭 같이 했으면 의사를 전달”했고, 서신애의 쿨한 승낙으로 캐스팅이 결정됐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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