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 일본경제가 요즘 바람 났다. 가계 소비지출 증가율이 9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괜찮은 해외여행지 항공편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실업률도 4년4개월만에 최저치이고, 주택 신규 착공도 예상치 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아시아각국과 미국 등의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아베 총리의 양적팽창 및 저환율, 저금리 정책때문이라고 하는데, 꼭 그런 이유 뿐 만은 아닌 것 같다. 숱한 이유 중에는 은퇴한 ‘단카이(團塊:덩어리)’세대의 왕성한 구매력도 소비진작에 한 몫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49년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부머이다. 일본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린 주도세력이자, 피를 흘려서라도 동아시아 패권를 쥐려했던 부모의 DNA를 고스란히 이어받아 우경화 성향과 단결력이 강하다는 평이다. 아베가 우경화 쇼를 하면 움직이는 60대들이다. 3년간 태어난 단카이세대는 총인구의 5.4%를 점유하지만, 금융자산은 45%나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산아제한 정책이 아니었으면, 이 가공할 세대의 인구,재산 점유율은 더 높았을지도 모른다.
이미 국내외 연구단체에서 단카이세대 은퇴후 일본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진단이 적지 않았다. 스스로 ‘일본경제를 재건한 주역이므로 즐길 자격이 있다’고 여기는 이들이 현업 종사땐 돈을 쓰지 않다가 은퇴후 지갑을 열 것이라는 진단은 대체로 들어맞고 있다. 2007~2009년에 퇴직한 이들의 퇴직금중 10%가 은퇴직후 그대로 소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베이비붐세대는 1946~65년생이다. 산아제한 정책이 없어 다른 나라 보다 출산 붐의 기간이 길다. 총인구의 25.5%인데, 금융자산은 63%나 점유하고 있다. 이들의 은퇴는 미국경제에 병도 주고 약도 준다.
미국 베이비부머 7600만명의 소비지출 규모는 전체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구매력이 왕성하다. 미국 2040세대의 소비지출은 위축됐지만, 베이비붐세대가 지탱해주고 있다. 기업들은 자식들에게 재산을 상속하기 보다는 소비에 더 관심이 많은 이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마케터들에게 ▷노인 취급하지 말 것 ▷청년층의 용어를 사용해 설득할 것 ▷상담시 조명을 밝게 할 것 등을 주문하는 등 세심한 전략을 짜놨다. 이를테면 베이비붐세대에게 욕실손잡이를 표현할때 ‘Grab Bar’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등산 레포츠 용어인 ‘Belay’를 쓰는 식이다.
하지만, 이 세대의 은퇴가 20년간 주식시장을 답보상태에 빠트리고, 주가 대비 수익률(PER)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암울한 진단도 나오고 있다.
금융연구원이 5일 우리나라 베이비붐세대(1955~63년생)가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주식거래액이 크게 줄었으며, 앞으로 생계비 조달을 위해 보유하던 막대한 금융자산을 처분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우리의 베이비붐 세대는 총인구의 14.9%인데, 금융자산은 23%를 보유하는데 그친다. 평균 총 자산은 3.3억원이라는데, 이 중 깔고 앉은 집이 75%를 차지한다. 미국, 일본의 5060에 비하면 ‘개털’이다. 공적부조등 노인복지는 선진국에 비해 열악하다. 생계비 때문에 30~40년 티끌 모았던 통장을 헐어야 한다. 현찰이 없으면 ‘역모기지’를 위해 집을 저당잡히기도 한다.
이들이 퇴직한 다음 돈을 빼가면 금융시장은 침체되고, 소비도 그리 활발하지 않을 전망이다. 사회적으로는, 산업화와 경제성장, 기술혁신 30년을 이끌어온 이들이 은퇴한 후 그 기능과 노하우를 후배들이 온전하게 이어갈지도 걱정이다.
2030세대든 40대든 저마다 살기 팍팍하다고 한다. 그리고 산업화 민주화를 일궈낸 5060세대를 ‘꼰대’라고 배척한다. 심지어 기성세대때문에 자신들이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한다. 허리띠를 졸아매고, 최루탄을 마시며 나라를 반석위에 올리고도 ‘빈손’이나 다름없는 베이비부머를 향해 우리 2040이 그럴 이유가 있을까.
새로운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에 앞서, 가정의 달 5월엔 2040과 5060이 서로를 존중해 주는 모습을 많이 보았으면 좋겠다. 이해의 기반위에서 나오는 대안들은 그 만큼 실행력이 강하다. /abc@heraldcorp.com
▶사진설명= 한국 미국 일본의 은퇴 전후 세대를 비교해보면 한국의 베이비붐세대가 외국에 비해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가난하다는 점을 쉽게 알수 있다. 산업화 민주화의 주역이면서도 지금은 거의 ‘빈 손’에 가까운 베이비붐세대를 기성세대라면서 거리감을 두기 보다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헤럴드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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