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국민예능의 ‘한 수’는 탁월했다. ‘무한도전(MBC)’이 한반도의 발자취를 따라나서자 또 한 번 호평이 쏟아졌다. “고마워요, ‘무한도전’”, “오늘의 내가 부끄러워지는 시간이었다”는 내용이었다.
‘무한도전’의 11일 방송분에서는 마침내 기다리던 ‘TV특강’ 편이 방영됐다. 당초 ‘아이돌퀴즈쇼 특집’으로 알려졌던 이날 방송은 아이돌그룹 멤버들과 비슷한 또래의 20대는 물론, 혹은 그 이전과 이후 세대 모두가 우리나라 역사에는 문외한이라는 인식에서 시작됐다.
출발은 경쾌했다. 아이돌그룹 11팀과 함께 ‘장학퀴즈’ 형식의 ‘거꾸로 골든벨’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무한도전’ 한국사 특강의 막이 올랐다.
중, 고등학교 시절 한 번쯤은 배워왔을 우리 역사의 한대목이지만, 장학퀴즈의 결과는 다소 씁쓸했다. 한 반에서 1, 2등을 놓치지 않는다는 아이돌그룹 멤버들조차 한국사에만큼은 취약한 모습이었다. 비단 그들만이 아니었다. ‘무한도전’ 멤버들 역시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여느 시청자들처럼 우리 역사에는 무관심했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이에 저명한 국사 강사들을 찾아, 인물(유재석 하하 길), 사건(박명수 노홍철), 문화유산(정준하 정형돈) 팀으로 나뉘어 아이돌에게 역사수업을 들려주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했다. 한류의 중심에 선 아이돌 그룹 멤버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인식을 심어주고, 한국사를 배워야하는 당위성을 일깨워주기 위함이었다.
한반도의 역사가 시작되는 지점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역사를 훑어내려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이었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단순한 암기식에서 벗어난 수업이 진행됐다.
전파를 탄 방송분은 불과 ‘인물’ 팀의 1교시뿐이었지만, 유재석 하하 길은 국민 예능인들답게 유머를 섞어 수업하기도 했다. 또 굴곡진 근현대사의 한 대목을 전할 때에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접근해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집중시켰다. 특히 스토리를 담은 역사수업은 지루하고 천편일률적인 국사 수업을 벗어나 가슴으로 이해하는 방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고구려의 광개토대왕한반도 역사상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과 모란도 일화, 이방원과 고려의 충신 정몽주가 주고받은 ‘하여가’와 ‘단심가’를 들려준 살아있는 역사 수업이었다. 또 근현대사의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고종황제를 ‘독도는 우리땅’으로 선포한 왕이었다는 사실까지 알려준 시간이었다.
인물 팀의 역사 수업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의 독립투사를 설명하는 부분에서였다.
유재석은 김구 유관순 윤봉길 안중근 등 조선의 독립을 이끈 인물 가운데 이토 히로부미 암살에 성공한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앞두고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로부터 받아든 편지를 낭독했다.
편지에는 “네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고 생각하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한 사람 것이 아닌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진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건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다. 나라를 위해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대의를 위해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 아마도 이 편지는 어미가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네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잘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재회하길 기대하지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라고 적혀있었다.
물론 이 편지는 실제로 조마리아 여사가 안중근 의사에게 보낸 것이 아닌, 이 같은 내용으로 전했을 것이라고 재구성한 내용이었지만 편지가 낭독되는 시간 내내 아이돌그룹 멤버들은 저마다 숙연해지고 눈시울이 불거졌다.
방송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내주 방송분에서는 사건과 문화유산 팀의 또 다른 특강이 공개된다. 아직 모든 방송분이 전파를 탄 것은 아닌데다, 방송은 ‘최고의 스타 강사’를 뽑아야 한다는 관문이 남아있지만 이날 방송은 시청자들로부터 박수 갈채를 받기에 충분했다.
“3월14일인 화이트데이는 알아도 삼일절은 ‘삼점일절(3.1절)’이라고 부르는 나라” “이완용은 일제를 추방한 분”, “디자인이 예쁜 욱일승천기”라고 인식하는 시대, 그럼에도 역사과목이 필수가 아닌 선택과목으로 채택된 한국에서 ‘국민예능’은 젊은 세대의 역사 인식에 경종을 울렸다. 시청자들은 “어제가 있어야 오늘이 있고, 내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방송이었다”, “역사에 대한 인식이 이토록 부족한 내 자신에게 부끄러웠다”, “역사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볼 수 있게 한 방송이었다”고 호평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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