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42회> 바람에 맞서는 법 31

“이거 봐, 이렇게 생생하게 드러나다니….”

“손 좀 치워 봐요. 나도 좀 보자고.”

“어허, 왜들 이래요? 점잖지 못하게!”

장날 뱀장수 앞에 구경꾼이 모여들 듯 영상편집기 앞에는 순식간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천재비서, 중국통 비서, 매체통 비서를 비롯하여 조명보조, 조연출, 하다못해 반사판을 들고 서 있던 보조원까지 달려드는 통에 북새통이 되고야 말았다.

영상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황토먼지에 어슴푸레하게 가려진 강유리의 나신이 실루엣처럼 드러나는가 싶더니 느닷없이 광채를 띠기 시작했다. 은빛 반사광이 그녀의 젖가슴에 비춰졌기 때문이었다.

“산딸기 같아, 보송보송한 솜털이 그대로 드러났군. 자세히 좀 보자. 느린 화면으로 다시 돌려 봐.”

느린 화면, 게다가 클로즈 업… 봉긋한 젖가슴으로부터 그녀의 브래지어가 느릿느릿 벗겨져 내리는 모습은 아찔했다. 세상 모든 경우에는 분위기라는 게 있다. 분위기가 감정을 좌우한다는 뜻인데… 햇살은 따갑고, 모래바람은 입가에 버석거리고, 배는 고프고, 오줌도 마렵던 중에 감상하게 된 산딸기야말로 베리 굿이었다.

“그래, 맞아… 분홍색 투명한 산딸기야.”

‘반야심경’에서 제시한 ‘무아’의 경지는 이토록 아무 때나, 혹은 아무렇게나 찾아오는 것일까? 겨우 책받침만 한 편집기에서 영상을 되돌리고 있을 뿐인데 열댓 명의 남자들이 일순 무아의 경지 속으로 빨려 들어가다니.

그럼 이 대목에서 잠시 젖가슴에 대한 고찰을 해보도록 할까?

예로부터 여자의 젖가슴은 밥그릇을 엎어놓은 모양을 으뜸으로 여겼다. 국사발 모양도 아니고, 납작한 접시 모양은 더더욱 아니고… 오로지 밥주발 형태! 그런 젖가슴을 지니고 있는 여인은 애정표현에 적극적이고 성감도 매우 좋다고 전해진다. 머리도 좋고 사리판단도 빠르다고 관상학자들은 말한다. 또한 재산도 잘 모은다고 하니 당장 거울 앞에 서서 확인을 해보는 것이 어떨지….

또한 젖가슴 사이가 넓은 여자라야 마음이 넓다고 하는데… 밥주발 엎어놓은 형태에 젖가슴 사이까지 넓은 여자와 사는 남편들이여, 복 받은 줄 알라.

그렇다면 크기는? 중국 자금성에 가면 궁녀들을 선발할 때에 젖가슴 부위를 계측하던 돌비석이 아직도 남아 있다. 사람 키 높이의 그 비석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데, 입궐시험을 치르던 궁녀 후보자들은 저마다 그 돌구멍에 제 젖가슴을 들이 밀어야만 했다.

문제는 그 구멍의 직경이 엄청 크다는 것. 아무래도 예나 지금이나 글래머러스한 스타일에 점수를 높게 매기는 남자들이 많은 모양이다. 간장종지만 한 젖가슴은 들이밀기에 좀 겸연쩍었을 것이다.

사족으로, 꼭지 부위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이른바 포탄형 젖가슴을 지닌 여인과 함께하면 언제나 불타는 밤을 누릴 수 있다고 한다. 30여 가지에 이르는 체위를 대담하게 소화해내며 도전의식이 출중한 그런 여인과 함께 살고 있는 약골 남자들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는지 반성해볼 만도 하다.

각설하고, 강유리의 젖가슴을 타고 스르륵 흘러내리는 브래지어의 모습에 오금을 지리던 촬영 팀원들이 제정신을 차렸을 때엔 이미 시계바늘이 6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안칭과 서울과는 두 시간의 시차가 벌어져 있으므로 서울은 이미 밤 8시를 넘어섰다는 말이다.

“감독님, 17초 분량 중에서 아슬아슬한 부분을 잘라내면 15초 분량이 됩니다. 나머지 5초 분량을 뭐로 채우지요?”

이미 강유리와 유호성, 그리고 모리타니아의 군인들이 탄 머신은 시야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CF 방영시간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무려 5초 분량이 부족하니 암담할 따름이었다. 모래먼지가 피어오르는 빈 하늘만을 5초 동안 찍어댈 수는 없었다. 하지만 궁하면 통한다고… 그 순간 기발한 아이디어를 들고 나선 이는 천재비서였다.

알리바바 더보기


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