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지슬’(감독 오멸)이 12일 관객 1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3월 1일 제주 단관에서 먼저 상영을 시작하고 3월 21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개봉한 이후 23일 만의 기록이다. 독립영화로는 무서운 흥행기세다.
CGV의 다양성 영화관 ‘무비꼴라쥬’의 이원재 프로그래머는 “상영규모를 감안하면 한국 독립영화는 1만명이면 선전, 3만명이면 흥행, 7만~8만명이면 ‘대박’, 15만명이면 상업영화 1000만명 기록과 견줄 만한 기록”이라고 말했다.
‘지슬’은 개봉 이후 전국 60~70개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일반 상업영화와는 별도로 독립, 저예산, 예술 영화의 흥행성적만을 집계하는 ‘다양성 영화’ 박스오피스에서 ‘지슬’은 올해 2위를 기록 중이다. 1위는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인 ‘실버라이트닝 플레이북’으로 관객수 12만명이다. ‘지슬’의 추월이 유력하다.
‘지슬’은 1948년 4월 3일 남한 단독 정부 수립을 반대하는 제주 민중과 미군정 및 경찰, 반공단체가 충돌해 유혈사태로 번진 우리 현대사의 비극, 제주4ㆍ3사건을 그린 영화다.
당시 ‘해안선 5㎞ 밖 모든 사람을 폭도로 간주한다’는 미군정의 소개령을 듣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산속으로 피신한 제주섬 한 동네 주민의 혹독한 겨울, 며칠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배급사인 영화사 진진의 장선영 팀장은 “ ‘무겁고 어려운 영화일 줄 알았는데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대한민국에 이런 일이 있었는 줄 정말 몰랐다’는 젊은 관객의 반응이 의외로 많았다”면서 “영화를 본 관객이 SNS를 통해 입소문을 낸 것이 관람열기를 이어온 힘”이라고 말했다.
‘지슬’의 반란은 미국 선댄스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대상을 받으면서 예고됐다.
이원재 프로그래머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발굴되고, 주요 해외영화제에 초청되며, 수상을 통해 국내 영화팬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패턴이 독립영화 흥행의 ‘공식’처럼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놀라운 것은 제주에서의 호응이다.
영화사 진진에 따르면 현재까지 제주에서만 전체 관객의 20~30%인 2만~3만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감자’라는 뜻의 제목부터 모든 대사를 제주도 사투리로 쓴 ‘지슬’이 남도로부터 올라온 흥행전선을 언제까지 이어갈지 한국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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