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샤티용(프랑스)=김대연 기자]마치 중환자실을 연상케하는 실험실 한가운데서 각종 검사 장비를 매단 엔진(F1 전용 RS27 V8) 한대가 쉴새없이 굉음을 내뿜고 있었다. 온도 21℃, 습도 45%, 주행중 머신이 받는 시속 350㎞의 바람까지 고려한 실험실 내부는 실제 경주가 펼쳐지는 트랙과 동일한 조건. 분당 회전수가 1만8000RPM을 찍자 어느덧 엔진의 온도는 900℃까지 올라갔고, 배기구(머플러)는 시뻘겋게 달아 올랐다. 이틀 하고도 반나절 동안 2500㎞ 주행을 탈 없이 마쳐야 한번의 테스트가 비로소 끝났다.’

프랑스 파리 남부 근교 비리 샤티용 소재 르노 스포츠 F1(포뮬러 원) 본사엔 이 같은 테스트 시설이 무려 12군데나 있다. 하지만 매주 진행되는 이 동력테스트 역시 최고 성능의 F1 엔진을 만드는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 직접 F1 레이싱 팀을 운영하다가 지난 2011년부터 장비 제공 업체로 변신한 르노 스포츠 F1은 최근 3년을 포함, 지난 36년간 총 11차례나 F1에서 챔피언을 차지했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는 업체로 정평이 나 있다. 한국의 르노삼성 고객에게 자사의 엔진 기술력을 보여주고 싶었던 르노자동차가 지난 1일 국내 언론에 100% 자회사, 르노 스포츠 F1의 본사를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르노 F1 기술의 산실 비리 샤티용 센터=지명을 따 비리 샤티용 센터로도 불리는 이곳에는 엔진 설계, 조립, 작동테스트, 마케팅, 전자, 경주운영 등 총 6개 부서 250명의 인력이 근무한다. 엔진 제작은 외주를 주고 있다. 방문 당시 비리 샤티용 센터는 2년 전부터 개발에 착수, 오는 2014년 3월에 새롭에 선보일 6기통 1.6리터 터보엔진 개발에 한창이었다. 이 엔진은 2개의 전기 모터를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배기가스에서 에너지를 회수하는 기술이 들어가 기존 연료소모량의 40%를 절감한 획기적인 모델이다. 내년 대회 참가를 앞두고 올해 여름 부터는 본격적인 동력테스트가 시작된다.

BMW, 도요타, 혼다 등도 성적과 비용 등의 이유로 참여를 중단한 F1에 대중차를 만드는 르노가 막대한 비용을 써가며 투자를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르노 스포츠 F1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나탈리 피앙세트는 “예산을 공개할 수 없지만 당연히 엔진 판매 만으로는 마이너스”라며 “최근에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경기도 안좋아 3년마다 평가를 단행하는 그룹 본사의 관리도 더 엄격해졌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터보, 직분사, 브레이크, 소재, 표면처리 등 많은 부분을 대중차에 응용하고 있다”면서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도 커 1을 투자하면 6의 효과가 나온다. 신흥시장인 중국, 인도, 브라질 진출시에도 F1의 명성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F1 참가 차량의 3분의 1이 ‘르노 엔진’=2년 전부터 국내도 전남 영암군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대회가 열리고 있지만 여전히 F1는 국내에서 생소한 대회다. 그러나 지난 1950년부터 시작돼 63년의 역사를 가진 F1 대회는 전세계 188개국이 참여하고, 9억명이 라이브 TV 중계를 시청하며, 재방송을 비롯해 경기를 접하는 인구가 20억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올림픽과 월드컵과 함께 ‘3대 스포츠’로도 불린다.

작년 기준으로 총 12개의 팀(컨스트럭터-경주용 차량 제작팀)에서 팀당 2명씩 24명의 드라이버가 출전, 20회의 그랑프리 승점을 합산해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수여한다. 이때 각 팀에 소속된 2명의 선수의 승점을 더해 가장 높은 승점을 기록한 팀에게는 컨스트럭터 챔피언십(Constructor‘s Championship) 타이들이 수여된다. 작년에 이 상을 수상한 레드불 레이싱팀의 경주용 차량에 바로 르노의 엔진이 장착됐다.

르노는 레드불 레이싱팀 외에도 로터스(Lotus), 캐터햄(Caterham), 윌리엄스(Williams)에 엔진을 제공하며, 전체 24대의 포뮬러 원 참가 차량 중 총 8대에 탑재되며 포뮬러 원 엔진시장의 3분의 1을 점유하고 있다. 오일과 워터펌프를 담당하는 파스칼 프리드만은 “르노 스포츠 F1은 작년에 드라이버 1명당 8대의 엔진을 제공, 총 64대의 F1 엔진을 공급했다”고 했다. F1 엔진을 만드는 업체는 르노를 포함해 페라리, 벤츠, 포드 정도며 그나마 포드는 내년 대회에서 빠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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