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승완 기자] ‘빌 앤 멜린다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dation)’이라는 단체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업주인 빌 게이츠와 아내 멜린다가 막대한 재산을 출원해 만든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사회ㆍ봉사 활동 기관이다. 기아, 질병, 환경오염 등의 전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게 목표다.
그런 빌 앤 멜린다 재단이 지난해 야심차게 시도한 프로젝트가 있다. ‘칸 키메라(Canne Chimera)’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공모받아 가장 좋은 아이디어에 자금과 인력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지구인’이라면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단 조건이 하나 있다. 아이디어와 그 실행방법을 A4용지 두 장에 요약해야 한다.
모인 아이디어는 재단과 칸 국제광고제 위원회가 선정한 14명의 전문가들이 심사하고, 인큐베이팅한다. 모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커뮤니케이션ㆍ마케팅계의 ‘구루(지도자)’들이다.
그 심사위원 가운데 한국인이 한사람 포함됐다. 빌 게이츠가 선택한 남자. 바로 김홍탁 제일기획 ‘마스터’다. 김 마스터는 우리나라의 커뮤니케이션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칸 광고제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광고제에서 받은 상만 무려 80개가 넘는다.
“주제는 ‘세계 보건을 위한 거대한 문제’였습니다. 1000편이 넘는 아이디어 가운데 심사위원들이 10개를 추렸죠. 뉴욕 타임즈 기자, 보스턴 대학 교수들, 세계적인 크리에이티브 회사 직원 등 면면이 다양했습니다. 그 10개 팀들과 심사위원들이 지난해 11월 미국 시애틀에 모여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아이디어를 인큐베이팅하는 작업을 했죠.”
역사에 남을 만한 이벤트의 가치를 그는 ‘집단 지성’과 ‘지속가능성’에서 찾았다.
“이게 집단 지성의 힘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양한 참가자들의 다양한 생각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죠, 모두 엄청나게 바쁜 사람들이었지만 한 명도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단순하게 투자할만한 아이디어 보다는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켜서 새로운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게 하는가의 여부에 초첨을 맞췄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금껏 보지 못했던 부분을 많이 봤죠.”
김 마스터는 해외에서는 ‘토마스 김’으로 더 유명하다. 그는 특히 뉴미디어를 이용해 지속가능한 토털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평가 받는다. 지난해에만 해도 칸 광고제는 그가 만들어낸 새로운 플랫폼들에 무려 9개의 상을 안겼다. 길거리에 수십개의 막대기들이 꽂힌 구조물을 만들어 태양의 고도의 따라 특정 시간에만 그림자로 QR 코드를 만들어 내는 이마트의 ‘써니 세일 캠페인’, 생수병에 2개의 바코드를 인식해 제품 구매시에 이를 인식시키면 아프리카에 자동으로 기부를 하게 만든 CJ제일제당의 ‘Donating 2-Barcode Water’, 대형 주차장의 주차공간마다 헬륨풍선을 설치해 주차시에는 풍선이 지면으로 내려오고, 출차시에는 풍선이 떠올라 빈 공간임을 알려주게 한 에쓰-오일 ‘Here Balloon’ 등이 그것이다.
‘칸 키메라’가 그에게 손을 내민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칸이 초청을 했을때 마침 제일기획에서 ‘2 바코드 워터 기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취지를 듣고 ‘아, 우리가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구나’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는 광고도 이제는 플랫폼 비스니스 시대라고 확신한다. TV 중심의 광고는 휘발성이 강하며 기업과 사회에 자산으로 쌓이기가 힘들지만 지속 가능한 플랫폼을 만들면 달라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플랫폼 비스니스는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로 사회전반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게 그의 확고한 신념이다.
김 마스터가 요즘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플랫폼은 바로 ‘실버톡(Silver Talk)’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제일기획과 손잡고 벌이는 프로젝트다. 유명인이 아닌 평범한 노인들을 모시고 젊은이들이 그 분들에게 경험과 삶의 영감을 듣는 자리다. 젊은 아티스트들이 동석해 어르신들로부터 받은 영감을 음악, 미술, 춤, 랩 등의 작품으로 만들어낸다. 젊은 사람들은 이를 통해 어르신들의 지난 삶과 철학을 마음과 감성으로 이해하는 기회도 갖는다.
“아프리카의 작가 아마두 앙빠데바는 “노인 한 사람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총,균,쇠’의 저자인 자레드 다이아몬드도 테드 연설에서 ‘나이든 사람이 젊은이보다 잘할 수 있는 게 훨씬 많으며 그걸 잘 활용해야 사회를 향한 도전을 이뤄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그 분들이 가진 통찰과 혜안이 어마어마하다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그런 부분에 너무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나이든 분들의 말씀이 잔소리가 아니라 지혜의 말씀임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단순히 실버세대와 블루세대(젊은이)를 물리적으로 만나게 하는 게 아니라 화학적으로 섞이는 장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지난 1월 중순에 열린 첫 실버톡 콘서트는 호평을 이끌어 냈다. 특히 젊은이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그때 나온 작품들로 서울 서교동에 꾸려진 전시회에도 많은 젊은 관람객들이 다녀갔다. 세대간의 교감을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 끌고 온 것이다.
그는 좋은 광고와 캠페인은 더 많은 사람들의 선의와 참여를 이끌어 내고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광고 갬페인을 두고 참신하지 못하다고 이야기한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광고주들이 새롭고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캠페인 보다는, 익숙하고 자기만족적인 올드미디어 중심의 광고만 여전히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계를 대표하는 마스터의 생각은 분명하다. 이제는 정말 기업이 뻔한 마케팅을 해선 승산이 없다는 것이다. 뉴미디어를 이용한 토털 캠페인을 어떻게 꾸미느냐가 기업의 사활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레드불이란 회사를 보면 21세기의 마케팅의 위력을 알 수 있습니다. 원래는 태국의 박카스 같은 음료였죠. 그걸 유럽회사가 인수해서 익스트림스포츠와 재미, 젊음, 열정을 엮은 마케팅으로 세계적인 음료로 변신시켰습니다. 마케팅만 가지고 한거죠. 좋은 마케팅 캠페인이 엄청난 가치를 창출해내는 시대가 됐습니다. 제임스 허먼이라는 미국의 교수가 매년 칸에서 수상한 광고들이 과연 얼마나 제품 판매로 이어지는 가를 연구했죠. 그랬더니 무려 11배가 더 잘 팔린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달리 말하면 광고가 창의적이고 재밌지 않으면 11배의 비용을 써야 같은 효과를 낸다는 이야기입니다.”
세계가 인정하는 커뮤니케이션 구루의 조언. 기업들이 눈여겨봐야할 대목이다.
swan@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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