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미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죄하는 뜻을 담은 무라야마 담화의 역사인식 관련 표현을 계승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미국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여름에 발표할 전후 70주년 담화에서 무라야마 담화의 역사인식 관련 문구를 계승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중일 및 한일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가 이 같은 요청의 배경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미국 요구의 기준은 높다”며 “새로운 담화에서 과거 담화의 중요 부문을 빼기 어려울지 모른다”고 말했다.
과거 담화의 중요 부분이란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25일 아베 담화 초안 작업을 할 총리 자문기구의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26일자 일본 주요 신문들은 담화가 ‘미래지향’을 내세우며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 소홀히 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닛케이 신문은 전후 일본의 평화주의와 경제발전, 국제공헌에 대한 평가, 미국ㆍ중국ㆍ한국 등과의 화해에 입각한 21세기 아시아와 세계의 비전 등 총리가 25일 자문기구 첫 회의에서 거론한 담화의 주요 논점을 보면 “총리가 중시하는 포인트는 명확하다”며 “‘침략’도 ‘사죄’도 거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 사설은 아베 총리가 담화 내용과 관련해 향후 국제사회에 대한 일본의 공헌을 강조하는 데 대해 “일본의 공헌에 기초가 되는 것은 종전 이전 일본의 행위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반성”이라며 “그것을 애매하게 한 채로 미래를 말해도 설득력은 생기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사설은 이어 “과거 담화를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하면서도 ‘식민지 지배’와 ‘침략’ 같은 핵심 단어를 무라야마 담화와 함께 옆으로 치워두는 것이 새 담화의 목적이라면 담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닛케이 사설은 “총리의 지지 기반인 보수파는 ‘무라야마 담화는 자학 사관’이라며 ‘통절한 반성’과 ‘진심의 사죄’ 등 대목을 도마에 올린다”며 “과거 일본의 행위를 생각하면, 이러한 표현이 지나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닛케이 사설은 또 “담화는 총리가 국가를 대표해서 내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생각을 토로하는 장이 아니다”며 “적극적 평화주의만 돌출되는 담화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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