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뚜껑 열어보니 ‘13월의 월급’은 오간데 없고…

납세자연합회, 소득구간별로 상세히 제시 “공평한 기준 없이 뒤죽박죽 세금액 결정”

연말정산 결과가 반영된 이번달 직장인들의 월급명세서가 우려대로 일부 ‘세금폭탄’으로 돌변, 직장인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가 평균 세부담이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 총급여 5500만원 이하에서도 세부담이 증가한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연 1억원 이상의 고소득자보다 6000만~1억원 이하인 중상층들의 세금부담이 크게 늘어났고, 2자녀보다 3자녀를 둔 다자녀 가구의 부담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연말정산 결과, 예상보다 환급액은 줄어들고 추가 납부액이 늘어나면서 직장인들의 불만이 포털사이트 등에 폭주하고 있다. 작년엔 환급을 받았지만 올해는 추가납부해야 하는 한 직장인이 2월 월급명세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연말정산 결과, 예상보다 환급액은 줄어들고 추가 납부액이 늘어나면서 직장인들의 불만이 포털사이트 등에 폭주하고 있다. 작년엔 환급을 받았지만 올해는 추가납부해야 하는 한 직장인이 2월 월급명세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최근 한국납세자연합회가 개최한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 소득재분배 인가? 증세인가?’라는 포럼은 세금폭탄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 포럼에서 홍기용 인천대 교수 등 연구진은 소득구간별 세금증감액을 상세히 제시했다.

배우자의 소득이 없고, 두 자녀 모두 대학생(자녀당 교육비 900만원)이며, 보험료 총 100만원, 의료비 1인당 200만원인 경우를 기준으로 세제개편 이전과 올해의 세액 증감율을 비교한 결과 세금 증가율이 가장 높은 소득 구간은 9000만원 급여자와 8000만원 급여자였다. 연봉 9000만원의 경우 세금이 42%(237만원), 8000만원인 경우 41%(169만5000원)나 증가했다.

반면 고소득자인 년 10억원 급여자와 5억원 급여자의 증가율은 각각 6%, 10%으로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정부 설명대로 두 자녀를 둔 연봉 5500만원 이하 구간에서는 세금이 대폭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봉 5500만원의 경우 평균 22%(11만3500원)의 세금이 줄어들었고, 연봉 5000만원인 경우는 세금이 100%(23만2000원) 감소했다.

하지만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다자녀 가구들의 경우 상황이 달라져 일부 세 부담이 오히려 늘어났다.

같은 급여 구간 및 자녀당 교육비 300만원, 배우자 무소득이라는 조건에서 6세 이하 자녀가 3명있는 가구와 2명 있는 가구간의 전년 세액 증가율을 비교할 경우, 3자녀 가구의 세액 증가율이 두배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5000만원 급여자를 기준으로 볼 때 3자녀 가구의 세금은 평균 48%(30만6000원)늘어난 반면, 2자녀 가구는 6%(10만2500원) 늘어났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이번 연말정산세법개정을 하면서 연봉 5500만원 이하는 증세가 없고 7000만원 급여자 3만원, 8000만원 급여자 33만원 등의 증세가 있다고 했지만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공평한 기준 없이 뒤죽박죽하게 세금액이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연봉 2360만원에서 3800만원 사이인 미혼직장인 17만원 증세 등 실제 1만명 이상의 데이터를 검증해보니 80%이상 정부의 발표와 다르게 나왔다”고 지적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회계사)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변경해 발생된 근본적인 문제는 증세없는 복지를 지키기 위해 세율을 올리지 않고 증세를 하려는 어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소득세 분야에서 증세가 필요하다면 세율조정을 통한 직접적인 증세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민원대응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득에 상관없이 동일한 공제액이 적용된다고 가정하여 분석한 것으로 비현실적”이라며 “8000만원과 10억원 비교 대상은 총급여 차이가 너무 크고 공제액은 동일하므로 세액공제로 전환될 경우, 고소득자 세부담은 증가하지만 세부담 증가율은 하락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배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