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지난해 멋쟁이들을 강타한 단발머리는 발랄한 이미지로 유행을 선도하며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복고풍 열풍과도 맞물린 단발머리의 매력은 무엇보다 발랄하고 진취적으로 보인다는데 있다.
그렇다면 한국 여성 최초 단발머리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기생출신으로 영화배우이자 여성운동가였던 강향란이다.
대구 한남권번 소속 기생이었던 강향란은 교제하던 청년의 지원으로 글을 배우고 배화여학교 보통과 4학년에 입학한다. 이듬해 배화여학교 고등과에 입학했으나 청년과 헤어지게 되자 학업을 중단하게 된다, 이로 인해 자살 시도를 하지만 다시 심기일전, 학업을 이어갔다.
신문을 장식한 단발사건이 일어난건 1922년 6월. 강향란은 단발을 하고 남장을 한 뒤 공부를 하기 위해 남자 강습소에 다니다 여자인 것이 들통났다. 당시 언론은 여성이 남장을 하고 단발을 한 사실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여성의 남성화’는 조선을 병들게 한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여론은 ’조선의 성질‘,’여성성‘을 버리는 행위로 받아들였고, 이는 여성이 사치와 허영심의 노예가 된 탓으로 봤다. 그러나 강향란은 “여자도 굵게 살자면 남자만 못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남자처럼 살아보겠다”는 의미로 단발을 했다고 주장한다.
뒤이어 신여성들이 단발행렬에 가세했다. 위생과 경제면에서 편리하고 보기에도 좋다는 이유를 댔지만 진짜 이유는 바로 조선사회가 비난하는 전통적인 여성성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여성들이 선택한 단발머리는 자유의 상징인 셈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펴낸 ’한국근대여성 63인의 초상‘에는 1890년대에서 1910년대에 태어나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도전하면서 여성으로서의 길을 개척해 나간 인물들의 정보가 들어있다. 여기에는 개인의 생애 전반의 특성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정리해 해당 인물의 특성과 삶의 지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구성했다.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김마리아는 김참판댁으로 불린 대지주의 손으로 일찌기 개화사상과 기독교사상의 가풍의 영향을 받았다.
김마리아는 특히 항일독립운동에서의 여성들의 참여문제에 골몰했다. 일본유학을 포기하고 귀국한 김마리아는 독립운동거사를 논의하다가 3월1일 독립운동이 일어나자 여성의 독립운동 참여를 협의, 3월5일 서울역 광장에서 이화여학교 경성여자고등보통학교 진명여학교 정신여학교 등 여학생들의 만세시위를 조직하고 이에 참여한다, 이 일의 주모자로 체포된 김마리아는 심한 고문을 당하고 5개월동안 옥고를 치른뒤 출감한다. 이후 정신여학교 교사로, 대한민국애국부인회에서 활동하며 여성의 독립운동 참여를 이끈다.
화가이자 문인이었던 나혜석은 유화를 배운 최초의 여성이지만 이혼과 정조관념 등 고루한 인습의 타파를 몸으로 보여준 여성해방론자였다.
연애와 이혼 등 화제의 중심에 섰던 그의 삶은 새로 길을 내는 이가 겪어야 하는 비난의 몫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다.
예술과 생활의 동반자가 되기로 한 최승구가 죽자 그는 김우영과 결혼한다. 최승구와 연애시절, 최승구는 조혼한 상태였고 김우영과 결혼할 당시 김우영은 상처한 상태였다. 김우영과 1929년 구미여행에서 돌아온 후 김우영이 실직상태가 되어 시집에서 시댁식구들과 함꼐 지내게 되자 갈등이 커졌다. 그 와중에 나혜석이 최린에게 보낸 편지가 알려지면서 과거 파리에서의 최린과의 관계가 새삼 문제가 되며 김우영은 이혼을 요구한다. 이혼하지 않으면 간통죄로 고소하겠다는 협박을 받은 나혜석은 1930년 10월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고 나온다.
1934년 나혜석은 여성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봉건적 인습에 지배받는 남편과 조선 사회를 고발하는 ’이혼고백장‘을 발표하고 최린을 상대로 위자료청구소송을 내면서 사회적으로 큰 비난을 받게 된다. 간통죄로 고소당할 위기에 몰려 나혜석에게 이혼을 종용했던 최린은 정작 이혼하고 나서 생계가 어려 운 나혜석을 외면했고, 이에 분노한 나혜석은 최린을 고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나헤석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정조란 개인의 선택 문제이지 강요할 것은 아니라며 정조관념의 해체를 주장한 ’신생활에 들면서‘를 발표해 사회에 또한번 충격을 던진다.
’간통죄‘가 폐기가 된 지금 80년전 나혜석의 투쟁이 새롭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63인에는 이 외에 영화배우이자 미용사 오엽주, 최초의 여성 관비 유학생 윤심덕, 조선공산당원 주세죽 등 다 방면의 시대를 앞서간 인물들이 고루 포함됐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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