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화제작> 유명무실 사형제도에 던지는 돌직구, ‘살인의뢰’ (감독 손용호/출연 김상경, 김성균, 박성웅/개봉 3월 12일)
“죽고 싶어도 죽을 수가 없어요.” 연쇄 살인마에게 가족을 잃은 이들의 삶은 하루아침에 망가진다. 아내의 빈자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승현(김성균 분)은 생의 의지를 내려놓는다. 여동생을 잃은 강력계 형사 태수(김상경 분) 역시 술 없이는 하루도 버티지 못한다. 살인마 조강천(박성웅 분)은 붙잡혔지만,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목숨을 부지한다. 이 상황에 분노하던 승현은 급기야 개인적인 복수를 꿈꾼다.
영화 ‘살인의뢰’는 범인을 뒤쫓는 스릴러가 아닌, 사건 후 남겨진 이들의 삶을 담은 드라마다. 살인범은 애초에 정체를 드러내고 덜미를 잡힌다. 그가 잡힌 시점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된다. 철창에 갇혔지만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 조강천의 모습에 승현과 태수는 분노에 휩싸인다.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는 결말을 통해, 영화는 집행이 18년째 중단된 사형제도에 쓴소리를 낸다.
‘살인의뢰’는 관객을 충분히 설득할 만큼 인물들의 심리나 행동을 밀도 높게 그려내진 못했다는 약점을 드러낸다. 살인마 조강천은 노골적으로 피해자 가족을 비웃고, 다른 재소자와의 난투극에서 터미네이터 같은 전투력을 보이는 등, 다소 만화적인 사이코패스 캐릭터로 묘사돼 몰입을 방해하는 면이 있다. 이 같은 난제에도 김상경, 김성균, 박성웅은 각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 영화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만족지수 ★★☆)
▶‘채피’(감독 닐 블롬캠프/출연 데브 파텔, 휴 잭맨, 시고니 위버/개봉 3월 12일)=기존 로봇영화와 궤를 달리하는 독특함이 강점이다. 인공지능 로봇 ‘채피’가 완전체로 묘사되는 것이 아닌 인간 아기와 같은 존재에서 출발, 교육과 경험을 통해 지식·정서를 체득하는 과정이 재미를 준다. 그 와중에 ‘암 유발’ 캐릭터들이 몰입을 방해한다.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한 머리 좋은 설계자(데브 파텔 분)가 갱스터들에게 채피를 뺏긴 뒤 보이는 어수룩한 행보, 비열했던 갱스터가 막판에 연출하는 갑작스러운 신파 등이 산만하고 모순적으로 다가온다. (만족지수 ★★☆)
▶‘소셜포비아’(감독 홍석재/출연 변요한, 이주승/개봉 3월 12일)=네티즌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이었던 한 여성이 돌연사하면서, 그녀의 죽음 뒤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홍석재 감독은 단편 ‘필름’, ‘킵 콰이어트’ 등에서 현실에서 벌어질 법한 사건과 평범한 인물들로 스릴러를 만들어냈다. 첫 장편 연출작 ‘소셜포비아’에서도 그의 장기가 빛을 발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사건을 던지고 인물들을 도덕적인 딜레마에 빠지게 한 뒤, 이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의심과 갈등을 통해 긴장감 넘치는 극을 완성한다. (만족지수 ★★★★)
▶‘드래곤 블레이드’(감독 이인항/출연 성룡, 존 쿠삭, 애드리언 브로디/개봉 3월 12일)=주연급으로 홍보된 최시원의 비중이나, 유승준의 깜짝 출연 문제는 중요한 게 아니다. 어차피 영화 외적인 요소가 아니던가. 문제는 영화 자체가 총체적 난국이라는 점이다. 인간미 넘치는 리더로 분한 성룡(후오 안 역)은 별 매력이 없고, 이민족 부대와 로마군 사이의 의리나 이들의 용맹함도 크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곳곳에 등장하는 성룡표 액션도 식상하다. 후오 안을 흠모하는 여성 캐릭터, 과거 실크로드의 역사를 끄집어낸 탐험가 등의 인물들은 손발이 오글거릴 만큼 작위적으로 그려졌다. 애드리언 브로디의 연기가 아까울 뿐이다. (만족지수 ★★)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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