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밤사이 뉴욕증시가 반발매수세 유입으로 반등에 성공하면서 코스피도 5일 반격에 나서며 거래를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외국인은 선물과 현물 시장에서 일제히 팔자세로 코스피를 압박하고 있다. 글로벌 자금의 하락 베팅이 이어진 셈이다.

연초 이후 외국인은 국내 시장에서 2조원 이상을 매도했다.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적 축소) 추가 결정과 중국의 경기지표 하강, 신흥국의 금융위기 부각 등 악재가 겹친 탓이다.

외환보유고가 넉넉하고 경상수지 흑자국인 한국은 조만간 글로벌 자금 이탈이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외국인 매도에 숨겨있는 뜻이 이 뿐만이 아닐 가능성이다.

글로벌자금의 안전자산 이동 외에도 금융투자업계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이다.

한국은 지난해 세계 증시에서 소외되며 디커플링(탈동조화)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업계는 이 소외가 올해도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글로벌 증시 반등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코스피와 S&P500 지수는 지난해 이후 본격적으로 디커플링되기 시작했는데, 그 핵심이유는 기업 이익에 있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이익이 3년 연속 감소했고, 이익 추정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글로벌 자금 이탈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삼성증권도 국내 증시의 실적 트라우마에 대해 우려하는 보고서를 냈다. 2011년 이후 지속된 실적 조정이 우리 시장에 대한 신뢰 약화로 연결된다면 외국인 매도가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같은 신흥국인데 외국인이 대만은 사고 한국은 파는 이유는 실적 펀더멘털에서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해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할 경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7%, 순이익은 60.6% 상승이 추정된다”면서 “수치만 보면 상당한 실적 회복이지만 지난 3년간 연초 낙관적 전망이 연말 부정적 현실로 반전됐음을 감안하면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전했다.

올해 실적 추정치도 하향 조정에 들어섰다. 동양증권은 최근 한달 증시 전체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4.7%나 하향 조정됐다고 분석했다.

실적면에서 불안한 흐름을 이어간다면 수급면에서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외국인은 설 연휴 직후인 3일과 4일, 이틀 간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600억원, 선물 시장에서 9500계약을 순매도했다. 이로 인해 고평가되던 선물 가격이 내려갔고, 이는 선ㆍ현물 가격차인 베이시스 악화를 불러왔다. 베이시스가 떨어지면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고에 쌓여있던 매물이 언제든 쏟아져나올 수 있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매달 만기시마다 프로그램에서 매물 소화없이 지나갔기 때문에 현재 매수차익잔고에 쌓인 물량은 외국인만 6조원 가량”이라며 “선물 가격이 현재보다 더 떨어질 경우 프로그램 물량이 지속적으로 코스피 상승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흥국에 대한 불안이 이어질 경우 글로벌이머징마켓(GEM) 펀드 등 신흥국에 투자하는 인덱스 펀드에서 자금 이탈이 나타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바스켓 단위로 투자하는 이들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일어나게 되면 한국 시장에서도 비차익 프로그램 매도세가 나타날 수 있다. 이달 들어 2거래일 간 비차익 프로그램에서 5000억원 가까이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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