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유병재는 지난 7일 방송된 케이블 채널 ‘택시’에도 출연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45만 짜리라는 자신의 보금자리를 공개했다.

TV 안에선 다소 찌질하고 못나보이고, 비루한 삶의 연속인 유병재의 캐릭터가 이어졌다. 자신의 방에 대해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고 말하는 유병재의 셀프카메라엔 쓰레기장 못지 않게 가방과 옷들이 한데 엉킨 침대가 잡혀 웃음을 자아냈다.

사실 유병재는 방송가에선 보기 드문 희귀 캐릭터다. ‘자기만의 콘텐츠’를 갖추고 있어야 찾는 곳이 많아지는 무한경쟁 시대에서 유병재는 여전히 양파같은 인물이다. 방송작가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그 안에서 직접 연기도 하는데, 시청자에겐 묘한 공감과 쾌감을 불러오는 예능감을 더한 덕분에 급기야 최근엔 MBC ‘무한도전’의 식스맨 특집에 출연하기도 했다.

유병재가 업계에 발을 디딘 것은 자신이 직접 가사를 쓴 노래 ‘니 여자친구’의 뮤직비디오가 유튜브를 통해 알려지며 160만 건이라는 조회수를 기록하면서였지만, 얼굴을 본격적으로 알린 건 케이블 채널 tvN ‘SNL코리아’의 작가 출신으로 코너 출연까지 겸하면서였다.

개그맨이 꿈이었던 방송인 유병재는 KBS 공채 시험에서 미끄러진 이후, 이 프로그램에서 ‘극한직업’ 코너의 작가이자 연기자로 활약하게 됐다. 물론 그 사이 다른 일도 있었지만, ‘SNL코리아’는 유병재의 인생을 바꾸며 자신의 역량을 펼쳐보이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극한직업’에서 유병재는 카메라 앞에서는 누구보다 천사표이지만, 그 뒤에선 악마로 돌변하는 연예인들을 뒤치닥꺼리를 도맡는 매니저를 연기했다. 방송 초반 시청자들은 유병재를 진짜 연예인 매니저로 알기도 했다. ‘수난의 연속’인 콩트 속 유병재의 캐릭터는 연기자이자 작가인 그와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였다. 연예인들 앞에선 큰 소리 한 번 못내고 비위를 맞춘다. 배꼽을 잡고 자지러지게 하는 과장의 코미디는 아니다. 별나게 피학적인 이 무대에서 유병재는 약간의 과장과 조롱을 섞어가며 생활인의 모습으로 선다. 뒤돌아서면 연예인들을 향한 육두문자를 날리며 그들을 조롱하고, 울부짖으며 텅 빈 밤거리를 무한질주하는 것으로 그날의 화를 달래는 삶이었다. 특정직업에 국한됐지만, 이 코너는 대한민국 직장인을 대변하고 삼포세대의 애환을 담아내며 ‘웃픈’(웃기면서 슬픈) 콩트로 인기를 모았다.

이 같은 모습은 스스로를 ‘평균이하’라고 자처했던 MBC ‘무한도전’의 여러 가지 인기요소 중 한 가지와 공통점을 갖는 부분이다.웃기지만 슬픈 세대를 대변하고, 그 역시 “나와 다르지 않다”는 혹은 “내가 그보다는 낫다”는 이미지까지 만들어내는 유병재는 드러내지 않은 채 우리 사회를 풍자하고 꼬집는다. 그런데 그 안엔 너무도 흔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어있어 공감대가 커진다. 유병재가 삼포세대의 아이콘이 된 계기였다.

유병재의 삼포세대 이야기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진다. ‘취업, 결혼, 육아를 포기해야 하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초능력이 주어진다면’이라는 발상에서 시작해 본격적으로 드라마 시장에 뛰어들었다. tvN '초인시대'다. 황당하지만 현실적인 청춘들의 모습도 담길 이 드라마 역시 유병재가 직접 대본을 쓰고 연기를 하기에 CJ E&M 내부에선 기획 단계부터 ‘유병재 드라마’로 불렸다. “바른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열광하는 시대다. 특히 특정 세대를 대변하는 인물, 그러면서도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바른 말을 할 때 대중은 쾌감과 대리만족을 느낀다”(정형진 CJ E&M 방송콘텐츠부문 콘텐츠전략담당 국장)는 시청자의 마음이 유병재의 다양한 행보 속에서도 보이고 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