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된 서울을 지키는 작은 히어로들의 이야기
[헤럴드 분당판교]2호선 강남역 앞에 도착하면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서 있는 건물들과 쉴 틈 없이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번화한 골목 사이로는 다양한 상점들이 즐비하고, 가게를 홍보하는 피켓들이 군데군데 세워져 있다. 익숙하다면 너무나 익숙한 강남역 부근의 모습. 그런데 만약, 이러한 모습이 다른 차원에서 온 괴물들로 인해 한 순간에 파괴되어 버린다면? 게임 ‘클로저스’의 배경 스토리는 이와 같은 낯선 물음에서부터 시작한다.어느날 이차원에서 넘어온 괴물인 ‘차원종’ 들은 강남 및 인근 신도시들을 파괴하며 그들의 세력을 확장해 나간다. 갑작스런 괴물들의 출현에 의해 당황한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밀려나지만, 이내 곧 태세를 정비하고 차원종들에 대비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서울에 나타난 차원종들을 물리치기 위해 특수한 능력을 지닌 ‘클로저’ 들이 점령 지역으로 파견된다. 차원종과 클로저 간의 팽팽한 기 싸움이 끊이지 않는 서울 시내의 한복판. 클로저스의 이야기는 바로 이 시점에서 시작한다. 이제 유저는 차원종과 맞서는 다섯 명의 클로저 요원 중 한 명을 자신의 캐릭터로 선택하고 게임에 들어가게 된다.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과도 같은 스토리를 배경으로 한 클로저스는 ‘카툰 렌더링’ 기법을 사용하여 제작되었다. 카툰 렌더링은 셀 애니메이션과 유사한 효과를 주고, 사실적인 렌더링 기법과 비교했을 때 친근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렌더링 방법이다. 그러나 이는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다는 단점 또한 지니고 있는 방법이다. 이에 클로저스는 가벼운 느낌을 최대한 줄이고자 원색이나 밝은 색의 사용을 최대한 절제했으며, 배경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리얼한 느낌을 살렸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인지 클로저스의 그래픽은 게임에 있어서 친근감과 현실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훌륭하게 잡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꽤 호평을 받고 있다. 게임 진행 방식으로는 벨트 스크롤 액션 형식을 사용하였다. 벨트 스크롤 액션 형식이란 사이드 뷰처럼 보이는 형식이지만 위아래가 있고, 등장하는 적을 차례차례 섬멸하며 전진하는 패턴을 반복하는 게임 진행 방법이다. 이와 같은 형식을 취하는 클로저스 또한 직선 방향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되는 터라 비교적 복잡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여기에 액션 게임의 요소가 어우러져 스킬 하나하나에서 터지는 이펙트가 매우 화려하고 다양하다. 이러한 특징을 바탕으로 간단한 조작키를 통해 여러 가지 스킬 연계를 구상하여, 더 어려운 지역을 탐색해 나가는 것이 클로저스의 주된 흥미 요소이자 진행 방식 중 하나이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듯 유저들은 게임 내부의 다양한 스킬 응용법을 다각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한 명의 캐릭터의 스킬 연계에 관한 글들이 매일 갱신되어 올라오고, 파티 사냥 중 만나게 되는 다양한 캐릭터들 간의 스킬 연계법을 설명하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그러나 이러한 특징들을 제외하고서라도 클로저스가 지닌 더 큰 매력 포인트가 있다. 그것은 바로 게임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이들이 활약하는 메인 스토리들이라고 할 수 있다. <갑각 나비>, <미얄 시리즈> 등의 소설로 유명한 오트슨 작가의 집필 하에 구성된 메인 스토리 및 주인공들의 설정은 매우 탄탄하고 개성적이다. 태어날 때부터 천채라는 이름하에 아무런 노력을 인정받지 못했던 소년. 갑작스런 사고로 양친을 잃고 복수를 위해 자라온 소녀.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잠재된 능력에 눈을 뜨게 된 소녀. 전성기의 힘을 잃었지만 다시 한 번 전장에 뛰어든 청년. 그리고 모종의 연구로 인해 태어난 소년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자라온 이들 모두가 클로저스의 주인공이고 화자이다. 그리고 이들이 서울에 침투한 차원종과의 전투를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가 게임의 서막이었다면, 이후 플레이하면서 만나게 되는 스토리들은 한데 얽혀 클라이막스를 향해 치달으며 메인 스토리를 구성한다. 클로저인 주인공들의 앞을 방해하는 것은 차원종과의 싸움뿐만이 아니었다. 정체 모를 강력한 흑막과의 전투,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와의 다툼, 같은 클로저임에도 자신의 부귀와 영달을 1순위에 놓는 선배 요원과의 마찰과 같은 일들이 더욱더 험난하게 그들을 가로막았다. 주인공들은 전투를 거칠수록 강해졌지만, 또한 그만큼 복잡한 시련을 이겨내야만 했다. 이에 차원종과의 전투 너머 다양하게 얽힌 인물과 인물 간의 갈등 속에서 주인공들은 저들 나름의 고민을 가지고 망설이고, 또 배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들은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자는 말을 태연하게 내뱉는 어른들의 발언에 아연실색하였고, 사람들의 목숨이 걸린 문제 앞에서도 권력 싸움만을 계속하는 집권자들의 모습에 실망하기도 했다. 아직 미성년자 딱지도 못 벗은 아이들의 눈으로 보기엔 아마 피치 못할 어른들의 사정이라는 건 너무나도 비합리적이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들은 멈춰 서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은 주인공들이 소년 혹은 소녀이기에 취할 수 있는 무모함의 일부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선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위험한 곳에도 망설이지 않고 뛰어들어 사건을 해결하였으며, 최악의 상황 속에서 불가능만을 외치는 어른들의 생각을 꼬집었다. 그리하여 비록 청소년들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들은 서울을 구해낸 영웅이 될 수 있었다. 이러한 이야기는 때로는 통쾌하게 혹은 잔잔하게 유저에게 일련의 카타르시스를 안겨 주는 요소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유저들이 클로저스의 뒷이야기를 애타게 기다리게 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클로저스의 메인 테마인 ‘초능력자’ 이야기와 관련하여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얼마 전 어벤져스2가 서울에서 촬영을 마친 일을 들 수 있다. 어벤져스2의 히어로들은 서울을 무대로 각자의 화려한 초능력을 뽐냈고, 곧 다가올 봄에 영화관 스크린 속을 가득 채울 예정이라 한다.하지만, 영화관이 아닌 게임 속에도 또 다른 작은 히어로들이 있음을 잊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외국의 히어로들에 비하면 인지도도 나이도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한 걸음씩 성장해 나아가는 클로저스의 작은 히어로들도 친근감 있지 않은가. 때로는 어른들에게 바락바락 대드는 당돌한 태도도, 친구를 지키기 위해 의리있게 행동하는 것도, 그리고 칭찬 한마디에 배시시 웃는 얼굴도 모두 클로저스의의 꼬마 히어로들이 지닌 인간적인 모습들이다. 그러니 한 번쯤은, 서울을 배경으로 신나게 한바탕 뛰어다니는 소년, 소녀 영웅들의 행보를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 ‘클로저스’ 속에서 말이다.중앙대 게임창작동아리'CIEN' 남강민(정치국제학과)
js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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