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결핵 치료에 효과적인 아르기닌 함유 한방에서도 비위·폐에 도움되는 과실 불포화지방산 가장 많이 들어있어 혈관벽에 쌓인 콜레스테롤 제거
조선 광해군 13년(1621년)에 신의경이 쓴 비요(備要)에는 “낙화생(落花生)은 성질이 평(平ㆍ따뜻하지도 않고 차지도 않다)하다. 과실 중에서는 기이(奇異)한 것이다. 약성은 능히 폐를 촉촉하게(潤)하고 비장의 향기를 펼친다고 하여 비위 기능을 도와준다”는 글귀가 있다. 우리 몸의 오장육부 중에 비위(脾胃)와 폐(肺)에 도움을 주는 과실로는 땅콩이 대표적이다. 한방에서 땅콩은 낙화생(落花生), 낙화송(落花松), 낙화삼(落花蔘), 지두(地豆) 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술 안주로 혹은 심심풀이로 무심코 까먹던 땅콩이 귀하신 대접을 받고 있다. 최근 땅콩의 효능이 속속 밝혀지면서 땅콩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엔 땅콩의 효능이 온라인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 순식간에 인기검색어 순위에도 올랐을 정도다. 땅콩의 무한 변신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폐결핵 치료에 탁월하고, 당뇨병 환자에게 적합=한의한 본초에 따르면 땅콩은 위와 폐에 좋은 과실이다. 물론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없다. 하지만 최근 양방에선 땅콩에 많이 함유돼 있는 아르기닌이라는 아미노산이 폐결핵을 치료하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땅콩이 위와 폐에 좋다는 경험의학에 하나의 근거가 되고 있는 셈이다. 스웨덴 린코에핑대학의 미생물학자 토마스 쇼엔 박사가 ‘유럽 호흡기 저널’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아르기닌은 폐결핵을 일으키는 결핵 마이코박테륨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감염되지 않은 에티오피아의 활동성 폐결핵 환자 12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4주 동안 표준치료법과 병행해 한 그룹에겐 하루 아르기닌 보충제 1g(땅콩 30g에 해당)을 복용하게 하고, 또 다른 그룹에겐 위약을 준 결과 아르기닌 그룹이 비교그룹에 비해 기침이 완화되고 결핵균이 훨씬 많이 줄어드는 등 증세가 크게 호전된 것. 아르기닌은 대부분의 견과류에 많이 들어 있지만 특히 땅콩에 함유량이 가장 많다. 쇼엔 박사는 이와 관련 “폐결핵을 치료하는 항생제들에 대한 결핵균의 내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아르기닌 보충제나 땅콩이 이를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땅콩에 가장 많이 들어 있는 성분은 불포화 지방산이다. 이 불포화지방산은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으며 고혈압의 원인이 되는 혈중콜레스테롤도 높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혈관벽에 붙어 있는 콜레스테롤을 씻어내는 효과가 있어 당뇨병 환자에게도 알맞다. 절세미인 땅콩의 효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땅콩은 비타민 B1ㆍB2ㆍE 등이 풍부해 강정 스테미너 식품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을 뿐 아니라, 머리를 좋게 하는 고칼로리 식품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세포를 튼튼하게 하고 적혈구를 증가시키며 철의 흡수를 돕는 작용을 하는 비타민 E도 많이 들어 있다.
민간요법에 따르면 아래 종아리가 무겁고 저녁엔 발이 붓고 뻐근하고 저리거나 힘이 없는 경우에는 땅콩을 껍질 그대로 삶아 3∼5일간 하루 15∼20알 정도 먹게 되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만성변비에는 비린내가 가실 정도로 불에 놓았다가 먹고, 설사에는 노릇노릇하게 볶아 먹으면 효과가 있다. 아이들의 경우 백일해(百日咳) 기침에는 땅콩 30∼40g를 달여 꿀을 조금 가미해 자주 마시면 효과가 있으며, 장이 건조하거나 무력해서 생기는 변비에는 땅콩을 하루 20g 이상 수시로 꾸준히 먹으면 좋아진다.
하지만 절세미인 ‘땅콩’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땅콩이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땅콩은 고단백ㆍ고지방 음식이기 때문에 혈압이 높은 사람이나 심장병 환자는 주의해야 한다. 또 사상의학적으로 소양인(少陽人) 체질의 사람들은 땅콩이 좋다고 해서 무작정 과다 복용해선 안 된다.
▶10년 새 몸값은 두 배 오르고…아몬드는 저리 가라=땅콩 하면 다들 정월대보름 부럼을 떠올린다. 평소에는 땅콩을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정월대보름이 돼야 땅콩을 사는 주부들도 간혹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땅콩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국내산 땅콩의 경우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대형마트 이마트에 따르면 땅콩의 몸값은 지난 10년 사이에 두 배가량 올라, 국내산 볶음땅콩의 경우 수입 견과류인 아몬드와 비슷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올 1월 국내산 볶음땅콩의 도매시세는 1㎏당 9000~9500원으로, 1㎏당 9000원 수준에 거래되는 수입산 아몬드와 가격이 비슷하다. 이는 10년 전 수입산 아몬드가 6800원에서 7000원(1㎏ 기준)에 거래될 때, 국내산 땅콩은 아몬드의 60~70% 수준인 4500~4700원(1㎏ 기준)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일취월장한 셈이다.
이처럼 국내산 땅콩 가격이 오름세로 들어간 것은 입맛의 변화와 수입산 견과류의 소비 증가 때문이다. 소비수준이 높아지고, 견과류의 식물성 지방이 현대인의 건강에 좋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아몬드와 호두, 파스타치오 등 수입산 견과류가 대중화 된 것. 이와 함께 값싼 중국산 볶음땅콩이 대량 유입되면서 땅콩 경작지가 줄어든 것도 국내산 땅콩의 몸값을 귀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 중국산 볶음땅콩의 경우 국내산 시세의 3분의 1 수준인 1㎏당 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산 vs 중국산 구별은 어떻게=국내산 볶음땅콩은 껍질을 벗겼을 때 껍질 안쪽 면이 흰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중국산의 경우는 껍질 안쪽 면 색이 갈색빛을 띠는 등 색이 탁하다. 또 외형상으로도 국내산 땅콩은 모양이 둥글고 통통한 것이 특징이지만, 중국산의 경우 모양이 길쭉하다. 이 외에도 국내산의 경우 고소한 맛이 강한데 비해 중국산의 경우 고소한 향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도움말: 구로 제통한의원 김성웅 원장]
한석희·이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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