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샌 안드레아스’(감독 브래드 페이튼)는 기존의 어떤 재난영화보다 뛰어난 볼거리를 갖춘 영화다. 초반부터 스펙터클의 연속이다. 갑자기 발생한 지진은 견고해 보였던 대형 댐을 순식간에 허문다. 땅은 구불구불 춤추다 두 동강 나면서 사람들을 집어삼키고, 고층 빌딩들은 도미노처럼 맥없이 쓰러진다. 압권은 초고층 빌딩이 팬 케이크를 쌓아놓은 듯 무너져내리는 장면.(실제로 이 장면을 제작진과 출연진은 ‘팬케이크 신’으로 불렀다.) 관객은 꼭대기층까지 필사적으로 올라가는 배우와 함께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한다. 지진 해일이 덮치면서 수중 도시가 된 샌프란시스코 도심도 진풍경이다.
문제는 진부한 전개와 낯 뜨거운 설정이다.
명색이 LA 소방국 구조대장이라는 ‘레이’(드웨인 존슨)는 오직 자신의 아내와 딸을 구하기 위해 2시간 동안 맹렬하게 움직인다. 이런 아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딸은 아수라장 속에서 사랑을 꽃 피운다. 레이와 떨어져 있던 딸 블레이크(알렉산드라 다다리오)는 벤(휴고 존스턴-버트) 형제의 도움으로 죽을 뻔한 위기를 벗어났다. 처음부터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던 블레이크와 벤은, 해일을 피해 빌딩에서 숨을 고르던 중 돌연 키스를 나눈다. 해일이 언제 또 덮칠 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끼어든 로맨스는 당혹스러울 뿐이다. 앞서 언론 시사회 당시에도 곳곳에서 ‘픽’하는 헛웃음이 새어나왔으니 말이다.
‘샌 안드레아스’ 뿐만 아니라 많은 재난영화에서 러브라인이 양념처럼 사용돼 왔다. 한국영화 ‘해운대’, ‘타워’ 등에선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 관객의 눈물을 빼는 장치로 기능했다. 이는 남녀 간의 사랑이나 가족애 등 보편 정서를 건드리는 에피소드로 관객들의 입맛을 두루 맞추겠다는 강박처럼 보인다. 스토리의 일관성이나 완결성을 해쳐가면서까지 말이다. 이쯤 되면 재난영화의 공식을 답습하는 영화에 묻고 싶어진다. 이제 관객들도 재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애정신을 피로해 한다는 걸, 당신들은 정녕 모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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