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상암월드컵경장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개최됐다. 한일 국회의원 축구대회다. 그동안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위안부 문제 등으로 열리지 않다가 한ㆍ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9년 만에 다시 열렸다.
경기 시작도 유쾌했다.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이 3골을 넣는 기염을 토하면서 우리나라의 8:4 승리를 이끌었다.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 등 여성 의원들도 참여했다. 국회의사당 안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 처리와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갈등하고 있지만 적어도 이날 잔디밭위에서는 함께 호흡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우리가 한일ㆍ수교 50주년 뜻 깊은 해에 승리까지 챙겼으니 ‘꿩 먹고 알 먹은 경기’라고 자평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광경을 지켜보는 국민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이번 대회 소식을 알리는 기사에 가장 많은 공감은 받은 댓글은 “국회의원들 팔자 늘어졌네. 국민은 스트레스 받아 죽게 생겼는데….”였다. 또 “한심한 나라야”, “메르스 때문에 죽게 생겼는데 국회는 공놀이 하니”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이번 한일전을 주최한 새누리당 정병국을 의원을 비롯한 31명의 의원이 이 소식을 접한다면 허탈할 수 있겠으나 이것이 냉혹한 민심의 현주소다.
국민은 메르스 공포로 연일 불안에 떨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메르스 바이러스는 정부의 안이한 대처 탓에 국민의 두려움을 극대화시켰다. 스스로 ‘민의를 대변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의원들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해트트릭을 한 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제가 큰 실수를 한 것 같아요. 한일관계를 급속 냉각시켰는데….”라며 웃어보였다. 의원축구연맹 회장인 정병국 의원은 “(일본이)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한일 관계를 바라보고, 전향적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며 참가소감을 밝혔다. 나라를 위해 그라운드를 누빈 의원들이지만 지금 민심이 어떤지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듯 하다. 축구대회가 끝난 후 양국 의원들은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만찬을 가지며 양국 간 친선과 화목을 다짐했다고 한다. 같은 시간, 의원들이 칭찬하는 우리의 ‘메르스 전사’들은 방역복을 입은 채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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