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은행 고객들이 실제 목돈을 굴리는 용도로 자주 쓰는 6개월 이상 예ㆍ적금 상품에서 0%대 금리의 상품이 처음 등장했다. 시중은행들이 속속 예ㆍ적금 금리를 인하하고 있어 예ㆍ적금은 목돈을 묶어두는 것 이상의 의미는 사라졌다는 평가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17일자로 정기적금과 라이프플랜적금, 어학연수적금 등 일부 적금 상품 6개월 만기 금리를 연 1.1%에서 0.8%로 내렸다. 1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 역시 연 1.08%에서 0.93%로 낮아졌다. 예ㆍ적금 상품의 금리를 따질 때 주로 기준으로 삼는 1년 만기는 아니지만 통상 은행 고객들이 목돈 마련을 위해 이용하는 만기 6개월 이상 예ㆍ적금 상품에서 금리가 연 0%대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씨티은행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예ㆍ적금 금리를 대폭 낮출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씨티은행은 만기 1년 이상 정기 예ㆍ적금 상품은 금리를 1%대로 유지하고 있다.

시중은행 예ㆍ적금 금리는 기준금리가 연 2.5%였던 지난해 7월까지 연 2% 안팎에서 머물렀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부터 이 달까지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리자 예ㆍ적금 금리도 가파른 속도로 하락했다.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대다수 시중은행 예ㆍ적금 금리는 1%대에 진입했다. 이 후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연 1.5%로 낮추자 사상 첫 ‘0%대 예ㆍ적금 상품’이 출현한 것이다. 1000만원을 1년 동안 은행에 맡겨도 15.4%의 이자소득세를 떼고 나면 이자를 8만5000원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수신 금리 인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환은행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빨리 수신금리를 내렸다. 외환은행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다음 날인 지난 12일 거치식예금 상품의 1년 만기 상품 금리를 연 1.65%에서 1.40%로 0.25%포인트 낮췄다. 적금은 0.05~0.1%포인트 내렸다.

NH농협은행은 16일자로 예금과 적금 금리를 0.1~0.3%포인트 깎았다. 일반정기예금(3년)은 1.45%에서 1.35%로 0.1%포인트 떨어졌다. 정기적금(3년)은 2.1%에서 1.80%로 0.3%포인트 낮췄다. 국민은행은 지난 15일 대표 예금 상품인 KB국민수퍼정기예금(1년 이상)의 수신금리를 0.1%포인트 내렸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이번주 중 수신금리를 내릴 계획이며, 우리은행도 다음주 이후 수신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로 관심을 모았던 저축은행도 금리를 속속 낮추고 있어 고객들의 여유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NH저축은행은 예금금리를 지난 12일 2.2%에서 15일 1.9%로 인하했다. HK저축은행과 동부저축은행은 2.1%에서 2.0%, 2.2%에서 2.1%로 각각 0.1% 포인트씩 내렸다.

대형 저축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줄줄이 내리면서 저축은행 평균금리는 1% 후반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저축은행 정기예금(1년 기준) 평균금리는 2.17%를 기록하고 있지만 예금금리가 2%인 저축은행(18개)이 금리를 0.1%포인트씩만 낮춰도 평균금리는 1% 후반으로 떨어지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인하된 만큼 코픽스(COFIX)에 연동된 대출 금리가 떨어질 것이고 이는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수신금리 인하를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15일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5월 잔액기준 코픽스는 2.22%로 전월대비 0.07%포인트 하락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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