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해빙 무드가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끌려가 노동착취를 당한 한국인 징용 노동자와 일본 정부 지원 속에 이들을 받아 초저임금과 중노동으로 혹사시킨 일본 기업 사이 ‘사인(私人) 간 소송’의 길이 조만간 열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6일 국회에서 징용노동자 미지급 임금 채권 및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 배제하는 내용을 담은 ‘일제강점하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에 관한 특례법안’에 대해 2차 법안 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법안 내용 검토와 처리 시점 등을 논의한다.
지난달 4일 열린 1차 회의에서 야당위원들은 전원 찬성했고, 여당의원들도 찬성이 우세한 가운데, 일부 의원이 상정 시기, 자구 수정 등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야당은 6월 통과를 당론으로 정하고 여당의 협력을 촉구했다.
법안은 강제징용피해자의 손해배상과 관련된 채권과 청구권은 소멸시효를 적용하지 않고(제3조), 손배 청구를 집단소송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제4조)을 골자로 한다.
국회 관계자는 “소멸시효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나온 사안을 입법화하는 것으로 사인간 소송의 길을 열어주자는 것이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는 아니므로 처리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야 이견이 크지 않아, 공동발의한 의원들은 6월 임시국회 통과를 희망하고 있으며, 법률가들의 대표단체인 대한변협도 야당이 조속한 통과를 공식 요구하고 있다”면서 “시간이 촉박하지만 6월 국회 통과가 기대되며, 늦춰지더라도 8월국회에는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해빙 무드가 있다고 해서 과거사 관련된 배상문제를 그냥 넘겨버려서는 안되고, 이런 때일수록 입법부가 나서 일제 강점기 희생자와 피해자가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2012년 5월 23일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하에서 이루어진 일본의 전범 기업의 강제징용피해자에 대한 피해에 대해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까지 소멸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을 내렸고, 같은 해 12월 강제징용피해자와 그 유족 252명이 미쓰비시 등 일본의 3개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광주고법은 24일 이들 중 양금덕(84) 할머니 등 5명이 국내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억~1억2000만원의 배상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전후처리 및 배상채무 해결을 위한 특별한 목적 아래 제정된 기술적 입법에 불과한 회사경리응급조치법과 기업재건정비법 등 일본 국내법을 이유로 구 미쓰비시중공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무가 면탈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는 대한민국의 공서양속(公序良俗:공공의 질서와 선량한 양속)에 비춰 볼 때도 용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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