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양규 기자]수입차를 타는 게 죄일까. 최근 손해보험업계가 수입차에 대한 수리비 개선과 함께 사고로 수리기간 동안 대차할 경우 렌트카를 동일 차종이 아닌 배기량 기준으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쉽게 말해 수입차의 렌트비가 국산차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보험금이 과도하게 지출되고 있어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손보업계의 주장이다. 손보업계에선 수리기간 동안만 빌려 타는 것으로, 배기량 기준 동급 차량으로 렌트하면 되는데 굳이 비용(보험금)지출이 많은 동일 차종으로 렌트하려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는 주장이다. 또한 일부 모럴헤저드에 의해 악용되면서 보험금 누수가 심각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10년이 넘은 노후된 수입차를 이용한 보험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렌트비를 렌트카 업체들이 요구하면서 보험금 낭비를 초래하고, 이는 결국 선의의 보험계약자들에게 금전적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수입차를 운행하는 모든 운전자들이 모럴헤저드에 빠진 보험사기범들일까. 보험업계 종사자들은 그 누구보다도 수지상등의 원칙, 대수의 법칙 등 보험원리를 잘 알고 있다.

지난해 수입차와 국산차의 차보험 손해율을 보자.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차의 차보험 손해율은 89.3%인 반면 수입차의 손해율은 87.9%다. 이 말은 수입차의 차보험 손해율이 더 양호하다는 의미다. 평균 수리비가 수입차보다 국산차가 3분의 1밖에 안됨에도 불구 국산차량의 차보험 손해율이 더 높다. 공임도 비싸고 부품비도 비싸고, 수리기간도 길다는데 손해율은 더 양호하다. 이는 국산차의 사고율이 훨씬 높다는 의미다. 렌트비 역시 보험금이기 때문에 차보험 손해율에 반영됨은 물론이다.

차보험 손해율로 따져보면 보험사들이 수입차를 상대로 100원을 받고 88원 정도를 사고 보험금을 내주었고, 국산차는 90원 가량을 지급했다는 말이다. 즉 수입차를 상대로 국산차에 비해 더 남는 장사를 했다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 수입차만 문제 삼는 것은 논리가 맞지 않는다.

다소 고가여도 안정성과 연비 등을 감안해 수입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체 자동차보험 계약 중 외제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10%를 넘었고, 계속해서 늘고 있는 추세다.

수입차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반 강제적으로 수입차 운전자들의 권익을 무시한 채 렌트차량을 보험약관 변경을 통해배기량 기준으로 일방 처리하려 할 경우 적지않은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손해율 등 명분 없는 손보업계의 주장은 수입차 운전자들의 권익과 소비자 선택권을 크게 제한하는 것이다. 심지어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수입차에 대한 렌트비 처리방안과 관련 다각적인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렇다할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수입차 운전자들의 선택권 및 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렌트비용에 대한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금처리와 보험처리의 비용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정부가 나서 정찰제를 실시하거나, 보험사들이 제휴업체를 통해 렌트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벤츠나 BMW를 타고 있는데 쏘나타를 타라고 한다면 과연 이를 수용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또한 “불합리한 보험금 지출을 막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은 필요하다”면서도 “수입차의 경우 유통 인프라망을 개선, 부품값에 대한 거품을 빼내는 것이 급선무로, 수입차에 대한 개선방안이 수입차 업체가 아닌 운전자들에게만 부담을 지워 해결하려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