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이근 서울디자인재단 대표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서울디자인재단(대표 이근)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운영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지난 2008년 12월 처음 설립돼 DDP 착공과 완공, 개관 1주년을 맞기까지 DDP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업무를 펼쳐왔지만, 앞으로는 재단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근(56) 대표의 취임 100일 일성이다.
취임한 지 딱 100일이 되는 14일, 이 대표를 DDP에서 만났다. 그는 “DDP는 콘텐츠를 담는 그릇일 뿐, 재단 본연의 업무인 서울시 디자인 정책의 미래 청사진을 내놓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DDP 자립기반도 어느 정도 닦아 놨으니 이제 그 그릇에 담을 콘텐츠를 제대로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크게 세 가지다. 공공서비스디자인, 스마트모빌리티, 그리고 패션디자인. 이 중에는 전 대표시절부터 해 왔던 사업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도 있고, 이 대표 자신이 독자적으로 구상한 사업도 있다.
인터뷰 내내 이 대표가 강조한 것은 ‘젊음’이였다. 디자인 전문가인 그가 생각하는 디자인의 속성과도 관계가 있다. 그는 “디자인의 속성은 미래지향적”이라면서 “젊은 에너지에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ㆍ석사 출신으로 동대학원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사는 곳도 홍대 옆이다. “홍대의 24시간을 알고 있다”는 그는 홍대에서와 같은 젊은 에너지를 DDP에도 가져올 생각이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취임 이후 핵심 사업들에 대해서 설명해달라.
-이동(Transportation)에 관련된 모든 것을 하나의 체계로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택시, 버스, 지하철을 연계하는 ‘스마트모빌리티(Smart mobility)에 관한 연구다. 이미 세계 각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한국교통연구원 등에서 선행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는 직접 구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R&D) 개념으로 도시 이동 체계를 디자인한다. 이를 위해 스마트모빌리티 센터를 만들고 7월 센터장을 영입했다. 제조업체들과도 접촉하고 있다. 내년에는 스마트모빌리티 국제컨퍼런스를 열어 모터쇼 형식으로 연구 결과물을 보여주려고 한다.
▶교통관련 사업인 스마트모빌리티가 재단과 무슨 관계가 있나.
-교통으로 인한 에너지, 비용 문제는 대표적인 도시 문제다. 재단은 디자인을 통해 도시 서울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청사진을 그린다. 스마트모빌리티는 재단의 공공서비스디자인 사업과도 관계가 있다.
▶공공서비스디자인의 구체적인 사업 내용은.
-이전 사업인 염리동 범죄예방 안전서비스디자인 같은 ‘시민서비스디자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는 생활 밀착형, 시민 접점형으로 접근한다. 도시의 가장 작은 단위인 ‘동’에서부터 차곡차곡 서울시라는 큰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것이다. 동 주민센터를 새로운 콘텐츠로 채워 단순히 관공서가 아닌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장소로 만들려고 한다. 연희동 주민센터가 그 첫번째다. 서울의료원과 함께 의료서비스디자인도 연구중이다. 디자인 관점에서 메르스(MERS)와 같은 질병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적의 솔루션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공공디자인은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디자인은 아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돈이 안 되는 것들이다.
▶보여지는 것들이 아니어서 공(功)이 드러나지도 않을텐데.
-나는 여기 공을 세우러 온 게 아니다. 이미 대학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자신한다(웃음). 재단은 사심을 가지면 안 된다. 시대의 트렌드에 휩쓸려서도 안 된다. 종교적, 정치적으로도 중립적이어야 한다. 또 재단이 디자인을 가르치려고 해서도 안 된다. 지원만 할 뿐, 숨어 있는 존재여야 한다. 돈을 살짝 놓고 가야지, 야, 여기 돈 놓고 간다 하면 안 되는 거다(웃음).
▶DDP 잘 되고 있다고 들었다. 1년치 예약이 다 찼을 정도라던데.
-메이저 전시들은 예약이 다 차 있다. 그런데 DDP에는 작은 공간들도 많다. 돈 없는 신진 디자이너들을 위한 전시, 학회 발표를 위한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메이저는 대관료를 비싸게 받지만 이런 분들에게는 아주 저렴하게 공간을 내놓을 예정이다.
▶DDP 1주년 결과 발표 이후 기획전시가 빈약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DDP는 박물관도 미술관도 아니다. DDP는 DDP다. 낮에는 고상한 척 하지만 밤에는 야해질 수 있는. 이미지가 한 가지로 정해져 버리면 안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활기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젊음이 중요하다. 젊은 친구들이 여기 와서 재밌게 놀 수 있어야 한다. 돈도 없고 명성도 없지만 열정, 패기, 아이디어가 있는 젊은 친구들을 많이 밀어줄 예정이다.
▶대표는 젊은 사람인가.
-내가 몸매는 이래뵈도 축제나 파티 좋아한다(웃음).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에너지를 어떻게 발산해야 할지 몰라 음악으로 퍼포먼스로, 때론 술로 풀기도 한다. 무질서해 보이지만 나름대로 질서가 있다. 우리의 역할은 그 젊은 에너지를 코딩(Coding)하는 거다. 이를 통해 동대문만의 문화를 만들려고 한다. 무엇보다도 ‘물’이 좋아야 한다.
▶물 좋은 DDP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콘텐츠는.
-먼저 오는 24~25일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이틀동안 ‘동고동락’이라는 타이틀로 축제를 연다. 야간 장터가 열리고 연극, 길거리 퍼포먼스, 언더그라운드 밴드 연주 등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를 준비했다. 서울문화재단과 함께 한다. DDP 전시도 일부 무료로 개방한다. 또 10월 9~10일에는 동대문 축제를 연다. 음악프로그램 ‘뮤직뱅크’ 촬영도 여기서 한다. 이탈리아 디자인 거장 알렉산드로 멘디니 회고전도 이 시기 개막한다. 10월말엔 서울패션위크, 12월엔 서울디자인위크가 있다.
▶최근 서울패션위크 총감독에 정구호씨를 영입했다. 대표가 지목한건가.
-총감독 영입은 내가 오기 전부터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전년도 서울패션위크 성과가 안 좋았다. 이에 올해에는 총감독을 빨리 영입해 사전 준비부터 철저하게 하자는 얘기가 있었다. 패션잡지, 학계, 중견디자이너까지 패션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했다. 기준은 국제적인 감각을 갖출 것, 큰 행사를 운영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갖고 있을 것,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권한과 추진력을 갖고 있을 것 등이었다. 여기서 최고 득점을 받은 사람이 정구호씨였다.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쪽과의 갈등도 있었는데.
-잘 해결됐다. 패션은 공존의 문제지 파벌싸움으로 가서는 안 된다. 연합회 임원들 대부분이 이미 서울컬렉션 참가 신청을 한 상태다.
▶패션디자인에 관한 재단의 비전을 설명해달라.
-서울패션위크가 자생력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참가비 등 행사 참여기준을 대폭 손질했다. 총감독이 오고 난 후 의사결정이 빨라졌다. 상하이, 도쿄패션위크와 연계도 추진중이다. 각 컬렉션을 연계해 세계적인 바이어들이 아시아 패션위크를 한번에 다 둘러볼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재단은 내년부터 상하이패션위크 운영기관과 MOU 체결을 통해 윈윈할 수 있는 전략 계획을 구상 중에 있다) DDP라는 장소에 전세계 패션계가 집중했다. 이러한 때에 동대문을 ‘패션 클러스터’로 제대로 산업화시켜야 한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동대문에서 키우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될 만한 사람들이 동대문으로 오도록 만들겠다는 거다. 내년에는 공방도 만들 생각이다.
▶공방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나. 공방을 만드는 이유는.
-패션 아카데미와는 다르다. 대학에서 가르치지 않는 디테일한 것들을 가르칠 예정이다. 중ㆍ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자인교육, 진로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할 생각이다. DDP는 젊어져야 한다. 그럴려면 젊은이들이 있어야 한다. 공부하는 곳이 있으면 젊은 친구들이 저절로 모이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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