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일본 미쓰비시(三菱)머티리얼이 과거 강제 동원된 포로들에게 사과를 하는데도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미쓰비시머터리얼은 강제 동원된 미군 포로에게는 사과를 하기로 했지만, 한국인 피해자에 대해서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미쓰비시머티리얼 관계자는 지난 16일 2차 대전 중 강제 동원된 한국인에 사죄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그것에 관해서는 현재 재판 중이므로 대답을 삼가겠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재판이 종결된 이후에라도 사죄할 계획이 있는지, 또 법적인 책임과는 별개로 사죄에 관한 태도를 명확하게 할 수 없는지 등의 질문에 대해서도 “발언을 삼가고 싶다”, “지금 시점에서는 답변을 삼가고 싶다”고 말했다.

또 한국인 피해자는 외면하면서 미군 포로에게만 사죄하기로 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미군 포로에게 사죄하기로 계획된 오는 19일 이후 대응하고 싶다”고 밝혔다.

미쓰비시머티리얼 관계자가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일본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ㆍ일관계 전문가들은 일본 기업이 피해자와 적절한 방식으로 합의하기를 원하더라도, 일본 정부의 강경한 태도 때문에 개별적으로 응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일본 정부는 한국인 강제노역 피해자의 배상 요구에 대해 “1965년 한ㆍ일 청구권 협정으로 법적인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한국 법원이 내린 배상 판결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표명했다.

미쓰비시머티리얼과 마찬가지로 미쓰비시그룹 계열사인 미쓰비시중공업은 근로정신대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광주고법 판결에 불복해 이달 13일 상고했다.

앞서 미쓰비시머티리얼 기무라 히카루(木村光) 상무는 이달 1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일본군에 포로로 붙잡혀 강제 노역한 전직 미군 병사 제임스 머피(94)씨와 미군 포로 유족을 만나 사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사죄 현장에는 올해 4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방미했을 때 만찬에 초대한 레스터 테니 애리조나 주립대 명예교수도 동석할 것으로 보인다.

테니 명예교수는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필리핀 바탄 반도에서 붙잡은 미군과 필리핀군 포로 등 수만 명을 폭염 속에서 약 100㎞가량 걷도록 강요해 다수의 사망자를 낸 ‘바탄 죽음의 행진’을 겪고 생존한 인물이다.

이에 대해 주미 일본대사관 측은 19일 예정된 사과가 미쓰비시 머티리얼의 결단이며 일본 정부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은 일본 정부가 미국인 포로 징용 문제를 2009년과 2010년 공식 사과했고, 아베 총리가 최근 그 피해자를 만나는 등 정치적 액션을 보인 것을 의식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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