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 재발견, 재조명되고 있다.

인구 2000명당 1개 꼴로 늘어난 편의점은 기존 유통망의 사각지대까지 발을 들이며 시민들의 편의 증진에 도움을 주고 있다. 전국 곳곳에 뻗은 거미줄 유통망 때문에 골목상권 장악 논란도 일었지만, 이젠 역으로 그 유통망을 활용해 생필품 구입이 곤란한 지역의 소비자들이 직면한 쇼핑 갈증을 해소해 주고 있는 것이다.

국내 편의점 수는 2010년 1만6937개에서 지난해말 기준 2만6020개로 불과 4년만에 9000여개가 늘었다. 남으로는 마라도에서 북으로는 개성공단, 동으로는 울릉도에서 서로는 서해 5도까지 전국에 그물을 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섬이나 깊은 내륙 산간지역과 같은 ‘유통 사막’에서 편의점은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가령 서해 최북단 백령도 주민들의 삶은 편의점이 들어감으로써 크게 바뀌었다. 백령도는 인천으로부터 배를 타고 4시간 떨어져 있는 탓에 우유나 과일처럼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 식품을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2010년 이곳에 편의점이 들어서면서부터 달라졌다. 편의점이 입점하자 주민들은 섬에서 구경하기 힘든 물건을 사러 몰려들었고, 하루 동안 바나나우유 700~800개가 팔린 날도 있었다. 현재도 이 지역 편의점은 과일 매출 비중이 내륙의 편의점들에 비해 높다. 이후 백령도에는 4개의 편의점이 더 생겼고, 서해 5도 모두에 편의점이 들어선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재택발주, 모바일 오피스, 신속ㆍ정확한 물류 등 운영의 편의성이 높아졌고, 여가활동으로 잠재수요가 늘어나면서 최근 10년간 도서산간지역의 개점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며 “태풍ㆍ폭설과 같은 자연재해나 연평해전 같은 북한과의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실제 편의점의 거미줄 유통망은 재난 극복에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 메르스가 한창이던 지난달 전북 순창 장덕마을의 사례가 대표적. 이 마을은 당시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하며 126명의 주민이 사는 마을 전체가 통째로 격리 조치를 당했다.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될지 짐작도 할 수 없던 상황에서 당장 주민들 눈앞에 닥친 것은 식료품 문제였다.

이때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물류망이 가뭄의 단비 같은 역할을 했다. 올초 국민안전처와 ‘재난 예방 및 구호에 대한 업무혁약’을 맺었던 BGF리테일은 국민안전처의 지원 요청을 받고 생수, 즉석밥 등 식품류와 휴지, 세제 등 생필품을 마을로 긴급 수송했다.

CU 관계자는 “마을 내에 가게가 있기는 하지만 격리 기간을 버틸만큼의 물량을 비축하고 있지는 않았고, 우리는 마을로부터 1시간 거리 내에 자체 물류센터가 있어서 지원할 수 있었다”며 “당시 마을에 노모를 남겨둔 채 격리기간 동안 생이별해야 했던 주민이 장문의 감사 문자를 보내오기도 했다”고 했다.

몇해전부터 안전상비약을 판매할 수 있게 된 것도 편의점의 이같은 기능을 강화시켰다. 도심에서마저 약국이 병원을 중심으로 들어서고 그마저도 새벽 시간에 운영하는 곳이 없는 탓에,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은 심야 응급 의료 공백을 메울 수 있었다. 메르스 사태 때도 편의점 안전상비약 매출은 크게 오른 바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24시간 운영을 하지 않는 면 단위 지역 소재 편의점도 안전상비약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건의가 규제개혁위원회에 접수되기도 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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