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건강검진 오진으로 두 살배기 외아들의 고환 질환을 뒤늦게 발견해 제때 치료하지 못한 부모에 대해 병원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올해 다섯살인 A군은 고환이 한 쪽에만 있다. 태아 때 신장 위치에 생기는 고환이 출생 이후에도 음낭으로 내려오지 못하는 ‘잠복고환’이란 질환 때문이다.
고환이 제 위치를 찾지 못하고 몸 속에 남아 있을 경우 고환의 기능과 발육에 큰 문제가 생긴다. 뿐만 아니라 고환암 발병 확률이 정상 고환에 비해 30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생후 12개월경 이뤄지는 신체검사에서 의사가 만져보면 진단 가능하며, 고환을 정상 위치로 끌어내리는 교정수술을 받아야 한다.
A군은 첫 돌을 갓 지난 2011년 1월 집 근처 소아과에서 영유아 검진을 받았다. 병원 원장 B씨는 A군의 생식기가 정상이란 진단을 내렸다. 잠복고환 여부 확인란에도 양호하다고 표시했다.
그러나 18개월 뒤 다른 병원에서 받은 검진 결과는 달랐다. 잠복고환이 의심되니 비뇨기과 진료가 필요하다는 통지를 받았다. 놀란 A군의 부모는 바로 다음달 대학병원을 찾아 수술을 했지만 완치되지 않았다. 2013년 10월 신체감정에서도 A군의 고환 한 쪽이 몸 안에서 관찰됐다. 재수술을 감행했지만 해결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나뿐인 아들에게 발생한 불행에 A군의 부모는 소송을 결심했다. 절박한 마음에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구했고, B씨를 상대로 수술비와 위자료를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법원은 “B씨가 검진했을 때 잠복고환이 발견돼 즉시 수술을 받았다면 불임, 고환암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보다 낮았을 것이며 검진상의 과실로 인해 치료시기가 지연돼 A군과 그 부모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점이 명백해 보인다”면서 위자료 6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법원은 수술비와 관련해 “검진상 과실로 인해 잠복고환이 발생한 게 아니고 검진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교정술이 필요했다”면서 A군 측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군 사건을 맡은 황호성 변호사는 “형식적으로 이뤄진 영유아 검진으로 손해가 발생했을 때 병원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의미있는 판례”라고 설명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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