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넷플릭스 52주·페이스북 17주·야후 16주 英 버진그룹도 52주+월급전액 등 IT기업들 남성 육아휴직 보장 흐름 강화

저커버그 초보아빠도 솔선수범 예상 이직 잦은 IT업계 인재 잡기 위해 복지혜택 확대 “유급 육아휴직, 기업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ㆍ민상식ㆍ김현일 기자] 지난 달 31일,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ㆍ자산 361억달러) 페이스북 창업자 겸 CEO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2세의 탄생 소식을 알렸다. 2012년 5월, 소아과 의사 프리실라 챈과 결혼식을 올린 저커버그는 이로써 3년만에 아빠가 된다.

그 기쁨을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제일 먼저 알렸다. “딸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설렌다. 초음파 사진 속 딸은 엄지 손가락을 들어 ‘좋아요’ 표시를 했는데 나를 닮은게 확실하다”며 벌써부터 ‘딸바보’의 면모를 보였다. 어렵게 얻은 2세인 만큼(저커버그는 아내가 세 차례 유산을 했다고 고백했다) 앞으로 태어날 딸과 보낼 시간에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회사의 CEO이자 초보아빠가 되는 저커버그도 과연 ‘육아휴직’을 할까? 아직 정확하게 보도된 바는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저커버그가 당연히 육아휴직에 돌입할 것으로 본다. 페이스북이 미국의 여느 회사보다도 강력한 육아휴직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체계를 만든 장본인이 바로 저커버그다.

미국의 젊은 아빠들을 위한 생활정보 사이트 ‘Fatherly.com’이 지난 4월, 와튼 스쿨 및 페어리디킨스대 경영대 교수들과 함께 미국 주요 기업들의 육아휴직제를 조사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현재 페이스북 직원은 17주간의 육아휴직이 보장된다. 물론 유급휴직이다. 여기에 더해 4000달러가 양육비로 지급된다. 페이스북의 복지 혜택은 구글과 더불어 최고 수준으로 평가됐다.

만약 저커버그가 육아휴직을 택한다면 약 4개월 이상 회사를 비우게 된다. 반면, 캘리포니아대학교병원에 근무 중인 아내 챈은 6주간 유급휴직할 수 있으며 무급으로 12주를 더 쉴 수 있다. 유급휴직 규정만 놓고 보면 아내보다 저커버그가 더 긴 시간을 집에서 딸과 보낼 수 있는 셈이다.

복지혜택은 잘 마련되어 있는 미국도 아직은 남자가 육아휴직하는 문화가 완전히 자리잡지는 못했다. 일에서 손을 떼고 장기간 휴직을 내는 것에 미국의 남성들도 동료 직원들 눈치를 보거나 부담을 느낀다.때문에 저커버그 부부의 득녀 소식이 알려지면서 ‘남자들이 당당히 육아휴직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저커버그가 반드시 육아휴직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실리콘 밸리에서는 남성들의 육아휴직을 보장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구글은 12주의 유급 육아휴직을 보장하고, 아내보다 양육부담이 더 높은 남성들에 한해서는 18주까지도 쉴 수 있도록 했다. 그 밖에 어도비는 16주, 마이크로소프트는 12주, 트위터는 10주, 링크드인은 6주를 아빠들의 유급 육아휴직 기간으로 정해놨다.

“직원복지에 있어서만큼은 우리가 1류”라고 자부해온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변하는 자극제 역할을 한 것은 한 영국부호다. ‘괴짜 억만장자’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ㆍ50억달러) 버진그룹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브랜슨은 지난봄 런던 본사나 대형 지사에서 4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 무려 52주간 월급 전액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근무경력이 4년 미만인 직원은 월급의 25%를 보장하기로 했다. 자녀를 입양한 가정에도 혜택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는 국가가 보장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더욱 화제가 됐다.(영국은 법으로 육아휴직 기간을 50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중 37주만 유급이다.)

브랜슨은 블로그를 통해 “나도 아버지이자 세 명의 손주를 둔 할아버지로서 아이를 처음 가졌을 때 그 황홀한 기분을 잘 안다. 또 그만큼 아이 돌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도 안다”며 “여러분의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오너가 직원들을 돌보면 직원들도 사업을 돌봐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브랜슨은 작년 12월 딸 홀리가 쌍둥이를 낳은 데 이어 올 2월 아들 샘도 딸을 낳으면서 블로그를 통해 식구가 늘어난 기쁨을 한껏 드러내왔다.

미국과 영국의 주요 매체들은 주요 외신은 브랜슨이 회사의 육아휴직제를 전면 개편하게 된 데엔 ‘손주들의 탄생’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브랜슨의 결정이 미국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구글과 페이스북을 비롯한 IT기업들의 육아휴직제를 초라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덕분인지 최근들어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연이어 파격적인 육아휴직제를 내놓고 있다. 이달 4일에는 억만장자 리드 해스팅스(Reed Hastingsㆍ13억달러)가 이끄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넷플릭스의 가 유급 육아휴직 기간을 1년까지 늘리기로 했다. 기간만 놓고 보면 미국 기업들 중 최고 수준이다. 업무 복귀 후에도 육아를 위해 파트타임 형태로 근무하거나 필요하면 다시 휴가를 낼 수 있게 했다. 다음날 마이크로소프트도 유급 육아휴직을 종전 8주에서 12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렇게까지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인재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이직이 잦은 IT업계의 분위기상, 육아휴직 같은 문제로 능력있는 직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간 자칫 직원이 회사를 미련없이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수석부사장이자 유튜브 최고경영자 수잔 보이치키(Susan Wojcickiㆍ3억달러)는 “유급 육아휴직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5남매의 엄마이기도 한 보이치키는 구글에서 일하면서 총 다섯 차례 육아휴직을 했다.구글이 보장하는 육아휴직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셈이다. 그녀는 많이 쉬었지만, 결국 유튜브를 동영상 제국으로 키워냈다.

물론 반대의 사례도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부호의 한 사람인 마리사 메이어(Marissa Mayerㆍ3억달러) 야후 CEO는 과거 ‘출산 후 조기출근’으로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2012년 7월 임신 7개월의 몸으로 야후 CEO에 부임한 그는 3개월 후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출산한 지 2주 만에 바로 출근해 여성단체의 비난을 받았다. 출산휴가를 제대로 가지 않고 일을 계속해 여성들에게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것이다. 비난이 쏟아지자 메이어는 출산한 여성이나 아내가 출산한 남성직원 모두 출산휴가를 8주씩 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내놨다. 현재 야후는 16주의 유급 육아휴직을 보장하고 있다. 이는 입양이나 대리모, 양자 등으로 자녀를 얻은 직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