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노사정위원회의 사실상 대타협으로 노동시장 개혁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특히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라는 최대 쟁점에 노사정이 합의를 이뤄내면서 노동개혁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아울러 기업 현장에서 업무부적응자에 대한 해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이 가능한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향후 노동시장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어떤 의미가 있나=두 가지 쟁점인 일반해고 지침은 업무부적응자나 근무불량자를 해고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근로자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노동시장 현장에서 벌어지는 해고를 둘러싼 분쟁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반 해고에 대한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는 가이드라인(지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노동계는 쉬운 해고가 가능해져 고용이 불안해질 수 있다며 반발했다. 또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됨에 따라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를 개편하려면 취업규칙 변경이 필요하다. 노동계는 근로자 동의 없는 임금피크제 도입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왔다. 그러던 한국노총이 최종문안에 합의한 것은 노동개혁이 시급한 시점에서 더 이상 버티면 노동계 쪽으로 부정적 여론이 일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또 대통령 담화에 이어 정부가 10일까지 대타협 시한을 제시하며 노동계를 압박하면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로 노사정은 이들 쟁점에 대한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고, 이를 준수하기로 했다. 고용계약, 일반해고를 포함한 근로계약 전반에 관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인데 이는 곧 업무부적응자나 근무불량자에 대한 해고가 현장에서 적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취업규칙 변경 또한 기준과 절차가 정해지면 노사는 임금피크제를 포함한 임금체계 개편에 나서야 한다. 다수의 사업장에서 사업주가 교섭 우위에 있다는 점에서 해고가 확대되는 등 고용의 불안정성은 향후 노사 간 첨예한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합의는 결과적으로 업무부적응자의 일반해고, 임금피크제 도입 등이 가능한 물꼬가 트인 것”이라며 “사측이 이를 악용하지 않도록 기준과 절차를 더 엄격하게 정하고, 근로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규제 장치도 마련돼야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방식이다= 노사정위는 이들 쟁점을 명확히 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치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합의했다. 이는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추진하더라도 노동계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장에서 부당해고나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분쟁이 생겨도 즉각 대처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노사정위는 이들 쟁점에 대해 노사정 협의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후 중장기적으로 법제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실제 입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정부는 노사정 합의 내용을 토대로 필요한 입법과 행정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또 이번 정기국회 내에 입법을 통해 노동개혁을 연내에 마무리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앞으로 한노총의 내부 의사결정과 노사정위의 본회의 최종 서명 절차가 남았다. 한노총은 14일 중앙집행위원회(중집)를 열고 노사정 합의의 최종 승인여부를 결정한다. 만일 한노총이 최종 조정안에 대해 거부하면 대타협이 결렬될 수도 있다. 한노총이 중집을 통해 타협안을 승인하면 노사정위는 15일 본회의를 열어 최경환 부총리를 포함한 노사정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최종 서명식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