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앞둔 며느리의 뇌구조’라는 그림을 본 적이 있다. 머릿속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생각은 ‘명절이 싫어!’ 이를 둘러싸고 있는 자잘한 생각들은 ‘전과 산적 부치기’, ‘설거지’, ‘홍동백서(紅東白西)’와 같이 명절에 해야 할 가사노동들, 그리고 ‘시월드 공포’, ‘동서’등 가족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다. 모처럼 온 가족이 모여 정을 나누는 추석이 다가온다. 하지만 하루하루 날짜가 가까워 올수록 여성들의 마음은 무거워진다. 그렇다고 남성들도 마냥 편치만은 않다. 명절을 앞둔 남성들의 뇌구조를 들여다본다면 ‘처가엔 언제 가야 하나’, ‘아내눈치’이런 단어들이 있지 않을까.

명절 때 받은 스트레스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명절증후군’은 부부관계 및 가족관계 전체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명절 직후 가정불화상담은 평상시보다 두 배 가량 늘고, 명절 갈등이 발단이 돼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지난 설 연휴 직후 전국 법원에 접수된 이혼소송 건수가 전달보다 15% 가량 늘었고, 이는 거의 해마다 되풀이되는 패턴이라고 한다. 명절 직후인 3~4월과 10~11월 이혼율이 전달과 비교해 높아진다는 통계에도 그저 씁쓸할 뿐이다.

명절스트레스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은 여성에게 집중된 가사노동에서 비롯될 것이다. 명절에 주로 일하는 사람은 대부분 ‘며느리를 포함한 여자들(95%)’이라는 몇 해 전 조사결과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아이들 눈에 비치는 흔한 명절풍경을 떠올려보자. 주방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사람은 할머니와 엄마, 제사 지내고 친지들과 담소를 나누는 사람은 할아버지와 아빠다. 이 같은 명절풍경은 평소 육아와 가사를 전적으로 여성 몫으로 전가하는 우리사회 가족문화의 한 단면이다. 남성육아휴직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등 기업이나 일반 국민들의 일ㆍ가정양립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특히 명절문화를 놓고 보면 아직 갈 길이 참 먼 것 같다.

명절에 남성과 여성 모든 가족이 적극적으로 함께 가사를 분담하는 ‘양성평등한 명절문화’ 확산은 명절을 명절답게 만드는 첫걸음이다. 추석은 한 해 동안의 풍성한 수확을 함께 축하하고 조상께 감사하고, 가족ㆍ친지ㆍ이웃들과 음식과 정을 나누는 가장 뜻 깊다고 할 만한 전통명절이다. 가족 모두 함께 일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또 함께 즐길 수 있다면 귀한 ‘힐링타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마음은 있지만 평소 시간이 없어 육아ㆍ가사나눔을 실천하지 못했던 아빠들에게 긴 추석 연휴기간은 뜻을 펼칠 절호의 기회다.

가족이 함께하는 명절문화, 변화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전국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는 가족과 함께하는 송편 만들기, 복주머니 만들기, 가족영화 관람과 전통놀이체험 등 다채로운 가족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아빠들이 이곳에 참여해 가볍게 몸을 풀며 마음자세를 가다듬고, 추석 연휴 본격적인 실력발휘를 해보면 어떨까. 아울러 즐거운 추석명절을 위한 작은 실천 선언을 해보자. 첫째, 추석먹거리는 온 가족이 함께 만들어요! 둘째, 서로에게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사랑해요’라고 마음을 표현해요! 셋째, 오순도순 둘러앉아 온 가족이 함께 즐겨요! ‘명절증후군’라는 말 대신 ‘명절엔돌핀’이란 신조어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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