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군ㆍ구 중 방위 개념 사용한 곳만 절반인 5곳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 인천시가 지역 정체성 찾기 운동의 하나로 구(區) 이름을 지역 역사성을 반영한 이름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행정구역 명칭 변경은 수많은 행정 절차와 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실현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주민 대다수가 원한다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1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 10개 군ㆍ구 중 방위 개념의 이름을 사용하는 곳은 중구ㆍ동구ㆍ서구ㆍ남구ㆍ남동구 등 5곳이다. 부산과 대구에는 각각 동ㆍ서ㆍ남ㆍ북ㆍ중구가 있고 광주에 동ㆍ서ㆍ남ㆍ북구, 대전에 동ㆍ서ㆍ중구, 울산에는 동ㆍ남ㆍ북ㆍ중구가 있다.
구 이름이 지역의 고유한 가치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것은 과거 행정 편의주의에 기반을 둔 획일적인 행정과 연관이 있다. 인천의 경우 과거 중구 시청사를 기준으로 동쪽이면 동구, 남쪽이면 남구가 되는 식이었다.
그러나 시청사가 1985년 남동구 구월동으로 옮긴 뒤에는 구의 명칭이 실제 방위와도 맞지 않는 모순이 발생했다. 송도국제도시 매립, 검단 편입 등으로 도시 면적이 확대되며 동구는 더 이상 인천의 동쪽이 아니라 오히려 서쪽에 있게 됐고, 남구는 남쪽이 아니라 인천 중심에 있게 됐다.
시는 이런 모순을 바로잡고 지역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는 구의 이름이 각 고장의 문화와 역사성을 담은 이름으로 바뀌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지난 3월 인천발전연구원에 의뢰한 ‘군ㆍ구 명칭에 관한 연구용역’을 이달중 마무리하고 구 명칭 변경과 관련한 주민 여론을 취합할 계획이다.
현재 향토 사학자나 대학 교수 등 전문가 사이에서는 구 이름을 바꾼다면 서구는 연희구ㆍ검단구ㆍ서곶구, 중구는 er제물포구, 동구는 화도진구, 남구는 미추홀구ㆍ문학구, 남동구는 구월구ㆍ논현구 등으로 바꾸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구 명칭 변경을 바라보는 시선은 지역마다 엇갈린다. 남구는 원도심 이미지를 벗고 미래지향적인 새 이름을 짓는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반면 서구는 정동진과 대비되는 ‘정서진’의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하려 하기 때문에 명칭 변경에 부정적이다.
구 명칭을 바꾸려면 주민 동의가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 행정자치부 행정구역 실무 편람에 따라 해당 지자체 거주 세대의 절반 이상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이후 지방의회 의견 청취, 법률안 작성, 시장 건의를 거쳐 행자부 승인, 법제처심사, 국무회의 승인 등 수많은 절차를 거쳐야만 구 이름을 바꿀 수 있다.
이 때문에 전국적으로 구 단위의 기초지자체가 구 이름을 바꾼 전례는 거의 없다. 1995년 인천시 북구가 부평구로 이름을 바꾼 것이 유일한 사례다. 이마저도 주민의 자발적인 뜻으로 이름을 바꾼 것은 아니다. 1994년에 ‘북구청 세무비리 사건’이 터졌고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벗어던지고 싶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구 이름이 변경됐다.
구 이름 변경에는 비용 문제도 뒤따른다. 공공기관 간판과 행정 서류상 표기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구 이름 변경을 위해서는 1곳당 수십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당장 구 이름을 바꾸려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구 이름의 모순과 불합리성을 개선하는 방향을 찾을 필요는 있다고 본다”며 “용역 연구가 최종 마무리되면 주민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며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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