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재신임’ 카드가 당내 갈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모양새다. 기존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 국면에서 주류 내부에서도 문 대표의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며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다. 문 대표의 재신임 카드에 ‘조기 전당대회’로 맞불을 놓은 비주류가 11일 정중동 행보를 보이는 사이 오영식 최고위원, 정세균 상임고문 등 범친노 의원들이 재신임 투표가 부적절하다며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문 대표는 재신임 투표 방법과 관련, 전 당원 ARS 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투 트랙’ 형식으로 진행하고 어느 한 쪽이라도 불신임을 받으면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뜻을 김성수 대변인을 통해 이날 밝혔다. 재신임 투표는 오는 13~15일까지 사흘간 실시되며, 결과는 16일 개최가 예정된 중앙위원회가 끝난 직후 공표하기로 했다.
이종걸 원내대표, 주승용 최고위원 등 그동안 문 대표를 향해 각을 세워온 비주류 의원들은 11일 공개 발언을 자제했다. 이 원내대표는 11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우리 당 내부 문제는, 그것이 우리 당의 생명과 같은 혁신이라도 일단 국감 뒤로 양보하는 것이 좋겠다”며 문 대표의 재신임 결단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내부 싸움으로 국정감사를 소홀히 한다는 여론에 대한 부담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 최고위원은 발언을 아예 하지 않았다.
포문은 오영식 최고위원이 열었다. 오 최고위원은 사전 비공개 회의에서 당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말자는 지도부 간 합의를 깨고 “16일 중앙위원회 개최 및 대표 재신임 투표에 대해 재고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오 최고위원은 “대표의 기자회견을 언론을 통해서 접했다. 대표의 거취가 지도부와 무관한 일일 수 있겠나”라며 “이 지도부가 정치공동이념체인지, 들러리만 서는 것인지 심각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표는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최고위원회의를 운명공동체로 생각하는지 입장을 분명히 밝혀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유승희 최고위원도 “재신임을 혁신안, 당의 기강과 연계하면서 당 내 갈등을 격화시키는 측면이 있어 우려스럽다”며 “몰아붙이지 말고 충분한 토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예정에 없던 두 사람의 강경 발언에 침묵하던 문 대표가 “짧게 한마디 하겠다”라며 마이크를 잡았지만 회의는 비공개로 급히 전환됐다.
문 대표의 사실상 2선 후퇴를 주장한 정세균 상임고문도 이날 오전 라디오 방송에서 “혁신안과 재신임은 별개의 문제다. 그것을 연결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문 대표의 재신임 카드는 비주류에 이어 범친노 진영에서도 반발에 부딪히면서 위기에 놓였다. 지도부 내에서 주류-비주류 간 갈등 중재 역할을 해온 오 최고위원과, 문 대표에게 협조적이었던 정 고문마저 등을 돌리면서 지지세력 내부 분열까지 염려된다.
비주류 측은 재신임 투표와 차기 지도부 선출을 함께 진행하는 이른바 ‘원샷 조기 전대(전당대회)’로 방향을 잡고 문 대표에 대해 각을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박수진ㆍ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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