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고위인사 고작 정직3개월 피해 알리기 쉽지않고 낙인일쑤 직장인 47% “성희롱 경험있다”
#. 지난해 작은 자동차 부품업체에 취업했던 A(여ㆍ38)씨는 불쾌한 경험을 겪은 뒤 도망치듯 회사를 나왔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그에게 회사 상무 윤모(50)씨가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진 것. 윤씨는 “혼자 살던데 집에는 일찍일찍 가느냐. 예뻐서 남자들이 많이 따라올 것 같은데”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던졌고, 업무용 컴퓨터에 A씨의 사진을 바탕화면으로 해놓아 깜짝 놀라게 했다. 회사 야유회 땐 버스 옆좌석으로 가는 척하며 허벅지 위에 앉거나, 지압을 해준다며 어깨를 주무르기까지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된 뒤 A씨는 회사 대표에게 “다른 공간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항의해봤지만 결국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여직원을 수개월 간 성희롱한 모 공기업 고위인사가 3개월 정직에 불과한 징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직장 내 성희롱의 심각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대적 약자인 부하직원이 피해를 알리기 쉽지 않고, A씨처럼 용기를 내더라도 되려 낙인이 찍혀 그만두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이 법으로 다뤄진 것은 1999년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조항을 신설하면서부터다.
해당법 시행규칙은 외모에 대해 성적인 비유나 평가를 하는 일 등 신체적ㆍ언어적 성희롱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또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이 확인된 경우 사업주는 지체 없이 가해자에게 징계 조치를 내리고 피해자에게 해고나 불리한 조치를 할 수 없도록 돼있다.
법이 만들어진 지 1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직장 안에서 성희롱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상하관계가 확실한 직장문화 특성상 피해자가 입을 다물고 속앓이만 하는 경우가 많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남녀 직장인 549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7.5%가 직장 내에서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취업포털 사람인이 2013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여성 직장인 1036명 중 33.6%가 직장에서 성희롱을 경험했다.
특히 음담패설 같은 언어적 성희롱의 경우 가해자가 가벼운 농담 정도로 치부하는 일이 많아 더욱 쉽게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플라스틱 제조업체 생산직 직원인 B(여ㆍ32)씨는 작년 타부서 부장 장모(52)씨로부터 성적인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3개월 가량 지속적으로 받아 마음고생을 했다.
장씨는 “개불이 아프다”, “홍합과 조개가 만나면 기쁨이 이뤄진다”는 메시지에 성관계 동영상까지 전송했다. 장씨는 “평소 성적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라며 사과 한 번 하지 않았다.
결국 B씨는 장씨를 고소했고 법원은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성희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회사에 알리더라도 가해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사업주가 피해자를 되려 해고하는 등 불이익을 주더라도 벌금형에 그치곤 한다.
소프트웨어 업체 대표 원모(40)씨는 자신으로부터 받은 성희롱 피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려는 여직원을 해고했지만 벌금 50만원만 선고받았다.
또 여직원의 가슴과 엉덩이를 수차례 만지고 “제발 그만하라”는 여직원의 말에 문자 메시지로 해고를 통보한 지방 관광업체 대표 박모(43)씨는 벌금 500만원을 받았다.
강승연 기자/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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