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할리우드 SF 영화 ‘마션’(감독 리들리 스콧)이 국내 관객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2주 째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은 물론, 전 세계에서 한국이 미국에 이어 흥행 2위를 기록 중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인터스텔라’(2014) 때와 마찬가지로 ‘IT 강국으로서의 과학에 대한 관심’, ‘남다른 학구열’ 등을 흥행 요인으로 거론한다.

과연 관객들의 교육열이 ‘마션’이 한국에서 유독 흥행하는 이유일까. 대답은 ‘NO’다. 일반적으로 영화를 학습과 같은 특정 목적을 가지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관객에게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이다. 여가시간을 만족스럽게 즐기기 위한 방편이고, 데이트에서 공감대를 쌓을 수 있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수많은 선택지 중 호감이 가는 작품을 고르는 것이고, 이 중에 ‘마션’에 많은 손이 간 것 뿐이다. 물론 ‘마션이 과학영화라더라’는 풍문을 듣고 자녀들의 손을 이끌고 극장을 찾는 이들도 있겠지만 한국을 전 세계 흥행 2위에 앉힐 만큼 절대 다수는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SF영화도 어디까지나 영화이기 때문에 과학이론보다 드라마가 우선이다. 그러다보면 극적인 설정을 위해 과학적 오류가 필연적으로 발견된다. 과학 공부가 목적일 수 없는 이유다. 예컨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모래폭풍은, 실제 화성에선 영화에서 표현된 것만큼 위력적인 수준은 아니다. 화성의 대기밀도는 지구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때때로 강력한 바람이 불 수는 있지만 사람이 떠밀릴 정도는 아니라는 것. 주인공 마크 와트니를 화성에 남겨두기 위한 과장된 설정으로 볼 수 있다.(주인공이 화성에서 생존을 위해 벌이는 일들은 대체로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오류는 관객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애초에 다큐멘터리나 과학교육 영화를 기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관객들이 외화를 찾을 시기에 개봉한 점이 ‘마션’의 흥행에 보탬이 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관객들이 한국영화를 몇 편 보고나면, 자연스럽게 외화를 찾는 것으로 분석한다. 여름 성수기 ‘암살’, ‘베테랑’에 이어 추석 극장가에서 ‘사도’까지 흥행하면서 한국영화를 연이어 보게 된 관객들이 많았다. 그 와중에 개봉한 할리우드 대작에 눈길이 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 게다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흥미롭다는 것을 ‘그래비티’, ‘인터스텔라’와 같은 작품을 통해 경험했고, 이름 있는 감독과 출연진이 신뢰를 더했을 것이다.

SF 장르로는 이례적인 흥행을 거둔 ‘인터스텔라’와 같은 작품을 기대하는 심리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먼저 ‘그래비티’가 경이로운 우주 공간을 담아낸 압도적인 영상미는 물론, 그곳에 고립된 우주 대원들의 고독감을 효과적으로 그려내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바통을 이어받은 ‘인터스텔라’는 뭉클한 가족애와 인류애의 메시지까지 담아내며 무려 1000만 관객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허무맹랑하거나 난해하지 않을까’라는 편견이 있었던 공상과학 영화와 대중의 벽이 허물어진 것이다. 이 두 편의 영화로 인한 장르적 호감도 ‘마션’의 흥행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봉 일주일 째에 접어든 ‘마션’은 지금까지 218만4378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전체 극장가 매출액의 44.4%를 차지하고 있으며, 개봉 2주 차에도 47.4%의 압도적인 예매율을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