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 #대기업 과장 K씨는 연회비만 20만원짜리 카드 두 장을 갖고 있다. 카드 연회비로 1년에 40만원을 낸다고 하면 어르신들은 “미쳤다”고 말하겠지만, K과장은 다 따져보고 한 것이라며 ‘절대 손해보지 않는 장사’라고 항변한다.

그가 이같이 자신있게 말하는 것은 연회비 이상의 혜택을 뽑아쓰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K과장은 이 카드로 국내 왕복항공권을 받거나, 연회비에 상응하는 상품권으로 돌려 받는다. 업무 때문에 호텔을 찾을 때는 무료 발렛파킹을 이용하고, 해외여행 때마다 공항 발렛파킹에 라운지서비스까지 사용한다. 일반카드(2만~3만원) 연회비보다는 훨씬 비싸지만,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프리미엄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만족도도 크다고 한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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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아끼는 게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 K과장처럼 자신의 주관적 가치 만족을 최대 덕목으로 여기는 ‘가치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신용카드 시장에도 ‘매스티지(대중+명품)’ 바람이 불고 있다. 유통가의 ‘매스티지 소비’ 바람이 최근에는 금융시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신용카드 업계에 따르면 연회비 10만~30만원대의 매스티지카드가 히트하고 있다. 매스티지카드 시장은 지난 2013년 26만8000여명에서 지난해 44만2000여명으로 60% 이상 상승했으며 매년 50% 이상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스티지카드는 VIP카드보다 부담은 적으면서 각종 프리미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여행 레저에 관련된 서비스혜택을 내세우면서 소비자들의 ‘가치소비’ 욕구를 파고 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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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신한카드의 매스티지 프리미엄카드의 경우 2012년말 5만좌 정도에서 9월 현재 25만좌를 넘어서며 높은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우리카드의 블루다이아몬드카드는 연회비(10만원)에 상응하는 바우처에 포인트 추가 적립 등으로 2013년 말에 출시된 후 현재 22만매에 달해 한달 평균 1만좌씩 늘었다. 이에 우리카드는 지난 6월 여행에 특화된 매스티지급카드인 그랑블루카드를 추가로 출시했다.

한 푼도 아까운 연회비를 비싸게 지급하는 매스티지 카드가 급성장하는 이유는 왜일까.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경기 불황 장기화와 소비 행태 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삶을 즐기려는 욕구는 증가하고 있지만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고급차, 명품가방, 백화점 고급의류와 같은 ‘빅(Big) 럭셔리’ 보다는 명품 향수와 립스틱, 고급 디저트, 기능성 아웃도어와 같은 ‘스몰(Small) 럭셔리’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 변화를 일각에서는 합리적 소비 혹은 작은 사치로 일컫기도 한다.

12일 삼성증권이 내놓은 보고서 역시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보고서는 ”기성세대는 돈을 모아 주택이나 고가의 내구재를 소비하는 ‘큰 소비’에서 만족을 느꼈지만, 최근에는 먹고 꾸미고 즐기는 일상적인 ‘작은소비’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절약을 통한 소비보다 개인의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제일기획이 지난 2013년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먼 훗날의 행복보다는 현재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응답률이 1991년 28%에서 2013년 50%로 상승했다. 또 “저축하며 힘들게 살기보다는 즐기기 위해 돈을 쓴다”는 응답률이 같은 기간 21%에서 31%로 상승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남과 다른 혜택을 누리고 싶으면서도 돈을 낭비하고 싶어하지 않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두 가지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생각에 매스티지 상품이 호응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