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뇌과학이 발달한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뇌영상 증거를 수사ㆍ재판 과정에서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양형단계에서 뇌신경과학적 증거를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 2006년까지 뇌영상 증거와 관련된 판결 수는 130여개 정도였지만, 2009년엔 그 수가 2배로 늘어날 만큼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1982년 레이건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 존 힌클리 재판이다. 당시 힌클리의 변호인은 CT(컴퓨터단층촬영) 스캔을 활용해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고 주장했고, 이러한 정신이상 항변에 의해 유죄가 아니라는 평결을 받아냈다.
1992년 허버트 웨인스타인 사건은 유죄평결 단계에서 뇌영상 증거가 처음으로 사용된 사건이다.
아내를 자살로 꾸며 살해한 웨인스타인은 범죄사실을 인정하긴 했지만, 재판 전 심리절차에서 자신이 지주막성 낭포로 사고능력이 손상된 상태임을 입증하기 위해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증거를 제출했다.
법원은 그 증거를 인정했고 2급 살인죄로 기소됐던 그는 그보다 처벌이 낮은 고살(비고의적 살인) 혐의를 적용받았다.
특히 미국은 사형 판결 사건에서 피고인의 정신적 문제를 감경요소로 고려하도록 법에 규정함에 따라 뇌기능 장애 증거가 선고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적잖게 볼 수 있다.
2005년 로퍼 대 시몬스 사건이 대표적이다. 17세 소년이 친구들과 함께 이웃집 아주머니를 살해한 이 사건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18세 미만 소년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사형을 집행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청소년의 뇌 전두엽 부분은 성인에 비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해 자기통제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영국도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의 범죄행위 능력, 책임 감경, 양형 등을 결정하는 데 있어 뇌과학을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정신장애가 의심되는 피고인에 대해선 정신이상 항변 판단기준인 ‘맥노튼 룰’이 적용된다. 맥노튼 룰은 피고인이 자신의 범죄 행위가 나쁘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정신질환이나 결함이 있는 경우에 한해 책임능력이 없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1843년 영국 수상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다니엘 맥노튼이 범행 당시 정신질환으로 이성이 결여된 상태였다는 점이 받아들여져 무죄 판결을 받은 데 따른 조치이다.
영국 법원은 보호관찰이나 가석방 결정을 할 때 피고인에게 요구되는 위험성 평가에서도 뇌 신경과학을 활용한다. 민사사건에서도 원고에게 야기된 손해의 정도를 평가하는 수단으로 뇌영상 증거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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