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화장실, 목욕탕, 지하철, 백화점 등 도처에 널려 있는 ‘몰래카메라(몰카)’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던 여성들이 몰카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온라인 여성혐오 반대 커뮤니티 ‘메갈리안’을 중심으로 뭉친 이들은 특히 몰카 공유가 활발히 이뤄지는 국내 최대 규모의 불법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을 폐쇄해 몰카를 근절하겠다며 집단 행동에 나섰다.
12일 메갈리안을 비롯한 여성 커뮤니티 회원들은 소라넷 폐쇄를 위해 온ㆍ오프라인을 막론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수백만원이 넘는 고가의 몰카 탐지기도 초소형 몰카 앞엔 무용지물이란 얘기에 몰카 자체를 찍거나 유통할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것.
실제 오프라인에선 화장실 등에 몰카 촬영 금지 스티커 등을 부착하는 여성이 등장했고, 온라인에서도 지난 9월부터 국제 청원운동사이트 ‘아바즈’를 통해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소라넷 폐쇄와 관련자 전원의 처벌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이 벌어졌다.
벌써 6만2900여명이 서명을 마쳤다.
또 한 여성은 소라넷 호스팅업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 캘리포니아 검찰에 메일을 보내 소라넷의 불법을 알리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트위터에선 ‘소라넷 하니?’라는 계정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 네티즌이 소라넷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한 38만여 명을 상대로 일일이 소라넷을 하느냐는 공개적인 질문을 던진 것이 발단이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천ㆍ용인ㆍ성남시 등 공공기관 계정을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 계정까지 소라넷 계정을 팔로잉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여성들이 소라넷 폐쇄에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게 된 이유는 소라넷에 올라오는 불법 음란물과 몰카 범죄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불특정 여성들의 신체를 몰래 찍어 올리는 수준을 넘어서, 최근에는 만취한 여자친구, 학교 후배의 성기에 일상도구나 흉기 손잡이 등을 꽂은 엽기적인 사진까지 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성인 인증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가입할 수 있어 자칫 청소년들이 음란물에 무분별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그럼에도 그동안 소라넷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조치는 없었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접속차단’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소라넷이 번번이 사이트 주소를 바꾼 뒤 트위터 계정에 새 주소 공지를 하며 무위로 돌아가기 일쑤였고, 그 결과 소라넷은 지난 1999년 6월부터 약 17년간 국내 대표 불법 음란물 사이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몰카의 주된 피해자였던 여성들의 ‘반격’은 의미가 크지만, 우려도 적잖다.
일부 여성들이 ‘미러링’을 명분으로 남성의 나체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몰카 근절을 빌미로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것 아니냐는 비난과 더불어 자칫 몰카 근절 움직임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한편, 소라넷 폐쇄 및 관련자 처벌에 대한 지속적인 요청에 경찰들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방청 한 곳을 지정해 몇 달 전부터 사이버 전문 수사팀을 붙여 수사 중”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진행사항을 언급하는 건 수사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언급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여성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대해 “국경을 넘나드는 사이버 공간 내 범죄 특성상 국제 협력, 네트워킹이 중요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이슈가 된다면 관련자 검거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한국만의 일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심각한 문제라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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