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가 희망이 없는 것은 비겁한 여당보다 무능한 야당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대한민국 대표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게는 다소 억울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희망이 미래의 가능성을 의미한다면 미래를 책임져야 할 야당에게 더 큰 책임이 주어질 수밖에 없다. 여당인 새누리당에 기대할 것이 없다면 야당인 새정연이라도 잘해야 한국정치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새정연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새정연은 혁신돼야 한다. 지금의 분열적이고 무능한 모습으로는 절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지금 상황으로는 내년 총선은 말할 것도 없고 내선에서 승리하기도 힘들다. 선거에 이기려고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건 새정연의 주류나 비주류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 모든 발언과 선택이 선거에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새정연의 혁신이 어려운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 있다. 야당혁신의 방향이 선거에서의 승리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혁신의 내용에 합의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주류는 호남인사의 청산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비주류는 친노세력의 패권을 낡은 진보라 비난하고 있다. 국민이 보기에는 분파적 세력다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구체적 개인들의 이해가 걸린 문제를 아무리 혁신이라 이름 붙여도 당사자들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서로 뺄셈의 정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새정연이 진정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선 ‘선거의 마법’을 떨쳐버려야 한다. 선거에 승리하는 것이 정당의 존재 이유이기는 하지만 선거의 본질상 인물중심의 정당운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계파 간의 자리싸움 또한 불가피하다.
특히 대통령 선거는 어떤 사람을 후보로 내세우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인물의존도는 더욱 심해진다. 노무현의 성공신화가 가져온 부작용의 하나이다.
문제는 2-3년 주기로 치르는 선거에 집중하는 사이에 대중정당으로서의 제도적, 조직적, 정책적 기반은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계파 간의 분열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도 후보선출과 방법이 충분히 제도화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권을 장악한 이들의 자의적 권력행사가 우려되는 상황, 즉 권력행사의 공정성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계파 간의 갈등은 치졸한 닭싸움으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경기규칙이 명료하고 제도적 안정성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선거 때마다 후보선출방식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어떤 안정적 경쟁이 가능할까. 문제는 당내 계파 간의 분열이 아니다.
이러한 대립을 조직의 역동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생산적 긴장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당권과 공천과정의 규칙을 제도화가 더욱 절실한 일이다.
더욱 중요한 혁신과제는 대중성과 조직력이다. 어쩌면 야당에 가장 필요한 문제는 대중적 기반을 갖는 일이다. 야당이 보궐선거에서 여당에서 전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대중적 조직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조직력에서 여권에 경쟁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중적 조직을 일으켜 세울 열정과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혁신의 본질은 대중정당의 기본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이 새로움을 표방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새정연의 입장에서 혁신은 ‘제대로 된’ 정당을 건설하는 문제라 생각한다.
유권자에 기반한 정당, 정책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정당, 공정하고 안정적인 후보선출제도를 갖고 있는 정당을 혁신적이라 할 수 없다.
제대로 된, 정상적인 정당에 가깝다. 제대로 된 정당이 되려고 언급한 이러한 점들은 사실 정당정치의 원론적 내용들이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정당과 후보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있어야 정권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멀리 돌아가는 것 같지만, 이 길이 가장 빠른 길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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