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갈 곳 잃은 ‘노마드 머니’가 사상 처음으로 900조원을 넘어섰다.

내년에도 2% 중반 대의 저조한 경제 성장률이 예상되고 다음달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 등 불확실성에 확산 되면서 시중의 돈이 갈곳을 잃고 정체돼 있다. 통화정책 당국이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시중에 돈을 풀었지만 투자와 고용에 쓰이지 못하고 현금성 자산에 몰리고 있다.

▶갈곳 잃은 돈 900조 넘어=19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단기 부동자금이 약 921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0%나 증가한 수치다. 단기 부동 자금이란 저축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발행어음, 요구불예금, 정기예금(6개월 미만),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시장성수신(CD+표지어음+RP), 단기채권형펀드, 고객예탁금 등 금융사에 맡겨진 1년 미만의 수신성 자금을 말한다. 2008년(연말 기준) 539조6000억원 수준이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2009년 646조7000억원으로 19.8% 급증하는 등 경기침체나 금융위기가 있거나 예상될 때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자산 가치를 지키기 위해 현금을 투자하기 보다는 유보해두는 사람이 늘어나서다.

이후 2010년 653조5000억원에 그쳤던 단기 부동자금은 2013년 712조9000억원으로 7.0% 늘어난 이후 2014년에는 794조8000억원으로 11.5% 급증했다. 결국 올해 1월말에 800조원을 처음 돌파했고 8개월만에 다시 900조원도 넘어섰다.

▶통화정책의 한계=현금이 경제 전반에 돌지 않고 고여있다는 것은 저금리 정책으로 시중에 풀린 돈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중앙은행이 시중에 푼 자금이 경제 전반에 도는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인 통화승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 9월 통화승수는 17.6배에 그쳤다. 경제위기 직전인 1996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18배 밑으로 돌아섰다.

경제 성장의 실탄이 돼야 할 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경제 성장률은 점차 하락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3%대로 예측했지만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5%로 제시하는등 대다수 국내외 경제기관들은 전망치를 내리거나 2%대 성장률로 예상하고 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부가 해외 투자 장려책 등을 내놓고 있지만 전체 경기 전망이 개선되지 않으면 투자심리는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며 “정부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한계 기업의 구조조정이 시행돼 과잉투자에 의한 후유증이 치유되고 우량 투자처가 선별 돼야 실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덧붙여 “미국의 고용지표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정도로 완전고용에 가까워진 만큼 대선을 전후해 소비 진작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의 소비가 늘어나면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고 우리 수출기업이 수혜를 입으면서 투자 심리 역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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