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합의 실패 후폭풍 중동국들, 재정적자 부도 위험 190억달러 규모 국부펀드 회수 국제석유기업들 주가도 폭락세 전문가 “구조적 변화 발생” 경고
국제원유시장에서 발생한 ‘치킨게임’에 승자는 아무도 없었다. 국가재정이 바닥난 석유수출기구(OPEC)의 중동국가들은 석달 새 약 190억 달러(22조 원) 상당의 국부펀드를 회수했다. 한 때 ‘칠공주(Seven Sister)’라고도 불렸던 국제석유기업(IPO)의 엑손모빌, 셰브론 등은 주가가 8일(현지시간) 기준 1~2.8%까지 폭락했다. 1990년대 ‘초저유가 시대’가 도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1990년대 국제원유시장처럼 석유시장에 구조적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산유국 중심의 석유시장 질서가 붕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한때 배럴당 36달러까지 하락해 2009년 2월에 이어 6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WTI유가는 이날 37.97달러에 마감해 30달러 대로 추락했다. 브랜트유도 런던 ICE시장에서 한때 39.88달러를 기록해 30달러 대로 붕괴했다.
국제유가 폭락은 지난 주말 OPEC이 감산합의에 실패한 것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석유시장 점유율을 두고 미국 셰일가스와 경쟁하던 OPEC은 셰일가스업체의 평균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40~50달러 선임을 이용해 원유 생산량을 유지하는 ‘치킨게임’을 펼쳤다. 하지만 유가가 거침없이 추락하면서 산유국들의 재정수입이 저유가를 주도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생산량 감산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OPEC이 내부 점유율 경쟁으로 인해 결국 감산 합의에 실패한 것이다. CMC마켓츠 수석 시장분석가인 마이클 휴슨은 “OPEC이 원유시장 통제력을 상실했다. 공급 과잉을 잡을 수 있는 기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상품 및 파생상품 수석 프란시스코 블랜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현 가격결정체계를 포기하는 이례적인 ‘흑조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장기적으로 OPEC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OPEC의 최대 관심사는 적정 유가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며 “그들 만의 페이스를 유지해 석유시장을 주도하고자 하는 것이 OPEC의 최종 목표”라고 적시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고, 씨티도 올해초부터 배럴당 20달러를 예상했다.
실질 유가가 배럴당 20~30달러 대로 하락하는 ‘초저유가 시대’는 1986년 사우디아라비아가 OPEC에서의 생산량 조정자 역할을 포기하고 시장의 수요와 공급 기준으로 유가를 책정하는 ‘시장조정체계’를 택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도래했다. 당시 OPEC 내 일부 국가들이 자국 재정 확보를 위해 감산 합의를 깨트린 것에 대한 조치였다.
하지만 1990년 말 OPEC은 다시 OPEC 중심의 결정체계를 회복했다.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이 증가했지만 2000년대 초 중국의 경제발전과 함께 석유 수요가 급등해 국제 유가는 배럴당 60~130 달러 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발발 당시 유가는 최대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았다.
CNBC는 현 초저유가 현상에 대해 “문제는 유가와 증시의 상관관계가 깨져버렸다는 것”이라며 “1990년대 유가와 증시는 반비례 관계를 유지하며 헷지(위험회피)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비례 관계를 가지고 있어 악재가 겹쳤다”고 분석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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