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6일째 은신 중인 서울 조계사가 1일 “한 위원장이 5일 오후 혹은 6일 오전 경찰에 자진출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지난 2010년 사회적 갈등을 불교의 철학으로 고민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돼 한진중공업 사태와 철도파업 등에서 타협을 이끌어내는 데 공을 세웠다.

화쟁위 측은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 부처님은 고통받는 중생을 끌어안는 것이 붓다의 존재 이유라고 했다”며 사실상 한 위원장을 포용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종교의 당연한 의무이자 숙명이다.

문제는 한 위원장이다. 경찰은 최근 경찰서별로 20~30명의 인력을 동원해 조계사에 있는 한 위원장을 압박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4일 집회 이전부터 여러 차례 집회에서 발생한 폭력사태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때문에 조계종이 인내한다고 해서, 종교시설을 방패삼아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는 현 상황이 정당화되지 않는다. 종교인은 범죄자라도 안아줘야 할 의무가 있지만, 법치주의 국가에서 이를 ‘도피의 수단’으로 악용할 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 위원장이 화쟁위에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을 중단하는 중재’를 요청하고, 화쟁위가 ‘노동관련법 개정을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를 제안한 것 역시 어불성설이다. 노동단체라는 이익집단의 수장이 사회분열을 막고 평화를 유도할 의무가 있는 종교계에 큰 부담을 안겨준 셈이다.

종교계가 한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중재 역할은 할 수 있지만, 한 위원장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고자 하는 현 상황을 정당하게 만들 수는 없다. ‘범법’으로 입법절차에 의해 논의되고 있는 제도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한다. 노동개혁에 직접적으로 영향받는 노동현장의 수많은 필부필부(匹夫匹婦)로부터도 지지보다는 반감을 살 가능성이 크다.

노동계의 입장은 국회와 노사정위원회를 거쳐야만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한 위원장이 법을 따르지 않는다면, 노동개혁은 물론 5일 집회의 평화적 개최 약속도 신뢰를 얻을 수 없다. 한 위원장이 조건 없이 영장 집행에 응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