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활을 건 승부에서 패배는 쓰라리다. 올 서울 강남권 도시정비사업의 ‘최대어’인 서초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신 삼성물산도 예외는 아니다. 총 공사비 3779억원이 걸린 이 프로젝트에서 GS건설에 졌다. 득표차도 컸다. 전체 1132표 중 삼성의 ‘래미안’을 택한 숫자는 402표였다. GS건설이 내세운 ‘서초 그랑자이’엔 725표가 몰렸다.
삼성 입장에선 여러모로 아쉽다. 앞서 따낸 우성 1ㆍ2ㆍ3차 재건축에 더해 무지개아파트만 수주하면 강남 ‘노른자위 땅’에 약 5000가구 규모의 ‘래미안 타운’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틀어졌다. 깐깐하지만, ‘베팅’을 할 땐 과감한 주택사업 기조에 변화가 오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내부에서 나온다. GS건설이 이번 수주로 올 8조180억원 규모의 재건축ㆍ재개발 사업 시공사가 되며 훨훨 날고 있는 데 대한 부러운 시선도 감지된다.
삼성은 그러나 동요까진 하지 않는다. 승패는 고정된 게 아니라는 전쟁의 생리를 알아서다. 삼성은 한 수(手)를 더 내다보고 움직였다. 복마전(伏魔殿). 재건축 사업엔 악마가 항상 납작 엎드려 있었다. 건설사들은 조합원에게 상품권을 뿌리고, 과일바구니를 건네왔다. 대형버스를 대절해 단체 관광을 보내주는 것도 단골메뉴였다. 쌍팔년도 얘긴가 싶지만, 최근까지도 주요 사업장마다 안 하면 찜찜한 관례였다.
삼성은 이 악마를 걷어내려 했다. 규정을 지켰다. 국토교통부의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기준, 서울시의 공공관리자 선정기준에 따라 행동했다. 회사 관계자는 “정부ㆍ지자체의 기준도 기준이지만, 회사의 감사실이 워낙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기에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를 지키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덕분에 경쟁사간 여론전은 있었지만, 진흙탕 싸움까지 번지진 않았다.
삼성은 내년을 본다. 반포주공 1단지, 신반포한신 15차, 서초 신동아 아파트 등 시공사 선정이 예정된 강남권 재건축 사업장에서도 ‘클린 수주’ 행보를 이어갈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상에 공짜는 없듯 재건축 사업에서 금품이 오가면 결국 부담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며 “깨끗한 수준 문화는 롤 모델로 삼을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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