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신도회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퇴거 시한’으로 정한 지난 6일이 지나도록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신도회가 7일 회장단 회의를 열고 앞으로의 대응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계사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박준 조계사 신도회 부회장은 이날 “최악의 경우 지난번과 같은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며 “다음 조치로 경찰이 조계사 내부에 진입해 한 위원장을 연행할 것을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제2차 민중총궐기 집회’가 진행되고 있던 당시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과 한 위원장은 두 차례 면담을 갖고 거취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법 스님은 한 위원장에게 “집회가 평화적으로 열린 만큼 스스로 나갈 명분이 마련됐다”고 설득했지만 한 위원장의 답변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에 일각에서는 장기 은신을 염두에 두고 ‘버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민주노총 간부들이 대독한 성명에서 “구체적인 신변과 거취 문제는 내달 5일 평화적인 국민 대행진이 보장된 후에 밝히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에서 논란 중인 노동법 개악 시도가 중단되고 정부가 해고를 쉽게 하는 내용의 노동 개악 지침 발표를 강행하지 않으면 기꺼이 자진 출두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현재까지 정치권이 민주노총 측의 요구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어 사실상 한 위원장의 자진 출두에 대한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또 민주노총이 오는 16일에 ‘총파업’과 19일에 지역별 ‘제3차 민중총궐기’를 예고함에 따라, 한 위원장이 이를 지휘하기 위해 이 때까지 조계사에 은신하며 시간을 끌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노총의 박성식 대변인은 7일 “오늘 위원장 거취관련 입장표명을 할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 최종 판단을 내리지 않은 상황”이라며 “내용이나 시간, 방식 등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의 은신이 길어지자 조계사 안팎 여론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
조계사의 한 관계자는 “하루에도 서너 차례씩 신도들이나 지나가던 사람들이 큰 목소리로 조계사를 지탄하곤 한다”라며 “절을 향해 ‘연등 값 돌려 놓으라’고 말하는 것 등을 보면 여론에 대한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조계사 경내로 들어가 한 위원장을 강제로 끌어내기는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이날까지 기동대와 사복경찰 등 700여 명을 투입해 조계사 경내와 주변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
이세진 기자/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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