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ㆍ양영경ㆍ장필수 기자]국정교과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여야가 내홍을 겪고 있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목숨 줄’ 정쟁(政爭)이다.
내홍은 같지만, 여야의 온도 차가 다르다. 여당은 내부 다툼을 외곽에 부각시키지 않는, ‘정중동’ 행보가 뚜렷하다. 야당은 마치 물러설 곳 없이 목숨을 걸겠다는 ‘배수지진(背水之陣)’ 형국이다. 박근혜 정권과 운명을 같이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잡음이 불거질수록 선거에 유리할 리 없다는 여당과, 판을 뒤흔들지 않으면 선거 필패로 이어진다는 야당의 절박함이 담긴, 엇갈린 행보다.
▶정중동 여당, 외부엔 조용히ㆍ내부선 세 싸움 = 새누리당은 총선 공천 룰을 논의하는 특별기구 위원장으로 황진하 사무총장을 사실상 내정했다. 지난 6일 최고위원회 비공개 회동에서다. 7일 열릴 최고위원회에서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10월 초부터 새누리당은 공천특별기구 위원장 인선을 두고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비박계를 대표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친박계를 상징하는 서청원 최고위원이 각각 다른 후보를 주장하면서 위원장 인선은 두 달 가까이 공회전했다. 공천 룰을 두고도 김 대표는 “정치인생을 걸겠다”며 오픈프라이머리를 앞세웠고, 서 최고위원은 “발언에 책임져야 한다”며 김 대표를 압박하는 기싸움이 이어졌다.
수차례 비공개 회동을 열고도 쉽사리 합의하지 못한 이들은 6일 비공개 회동에서 접점을 찾아냈다. 위원장은 김 대표가 주장해왔던 황 사무총장으로, 대신 경선 룰에는 서 최고위원 등이 요구해왔던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식이다.
우선 큰 틀에서 봉합 수순에 접어들었지만, 공천 룰이 마무리된 건 아니다. 우선 국민참여 여론조사 비율이다. 김 대표 측은 상향식 공천을 주장하며 ‘100% 국민경선제’를 요구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100%는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다.
상향식 공천제에 정치인생을 걸겠다고 주장한 만큼 김 대표 측에도 적절한 명분이 필요하다. 현행(여론조사 50%, 당원투표 50%)보다 여론조사 비율을 상향시켜야만 한다. 친박계는 현행 유지를 주장해왔다. 50%와 100% 사이에서 어떤 수준에서 접점을 찾아낼지가 관건이다.
결선투표제 역시 큰 틀에선 합의를 이뤄냈지만, 각론에선 여전히 난제다. 압도적인 지지가 없는 한 경선에서 결선투표가 불가피하고, 그럴 경우 반대 표심이 모아지면 현역 의원에 불리할 수 있는 제도다. 최고위원회에서 합의를 보더라도 당 내 현역의원의 반발이 거셀 수 있다.
▶배수지진 야당, 판을 뒤엎어야 산다 =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은 ‘치킨게임’ 양상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연일 사퇴ㆍ탈당까지 불사하고 있다. 안 전 공동대표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통해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당을 살리기 위해 결단하라”며 문 대표 사퇴와 전당대회 개최를 재차 요구했다.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탈당까지 고려하겠다는 배수진이다. 문 대표는 공식적인 답변을 피한 채 페이스북에 고(故) 고정희 시인의 시 ‘상한 영혼을 위하여’를 올리며 답을 대신했다.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디든 못 가랴’ 등의 내용이 담긴 시다. 현실을 피하지 않겠다는 의중이 담겼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시와 관련, “그렇게 (사생결단으로) 가서 외롭게 죽는 것보다 사는길을 택해야 한다”며 “문재인 체제로 총선에 패배하면 (문 대표가) 정치 인생을 끝내겠다고 했는데 지금 상태로 가면 당도 죽고 문재인도 죽는다”고 말했다. 그는 “막다른 골목으로 가는 것 같다. 안 전 공동대표 측 역시 탈당하더라도 문 대표에게 쫓겨가는 모습을 취하겠다고 하는 걸 보면 ‘루비콘 강’ 입구에 들어서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문 대표의 측근인 최재성 새정치민주연합 총무본부장은 이날 PBC 라디오에서 “(안 전 공동대표가 재차 전대를 제안한 건)이미 문 대표가 숙고하고 고민해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인데 이를 되풀이해 주장하는 게 당 상황에 적절한 건지 고민스럽다”고 밝혔다.
이미 문 대표는 안 전 공동대표의 전당대회 개최 제안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안 전 공동대표가 재차 이를 요구하는 건 문 대표의 사퇴를 받아내겠다는 의지다. 사퇴부터 탈당까지,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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