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역사적인 ‘파리 기후협정’ 타결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또 한번 큰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프랑스 파리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최종 타결된 파리 기후협정은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부과됐던 1997년 ‘교토 의정서’와 달리 195개 당사국 모두가 지켜야 하는 구속력 있는 첫 합의로, 범지구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통해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섭씨 2℃보다 ‘훨씬 작게’, 섭씨 1.5℃까지 제한하는 데 노력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지구의 온도는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1℃가량 상승한 상태다.

이 같은 내용의 파리 기후협정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이 주목을 받는 것은 그가 그동안 공화당의 거센 비판과 압력에 굴하지 않고 기후변화 대책을 핵심 국정 어젠다로 삼아 관련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였다는 데 있다.

기후변화 위협을 인류의 가장 시급한 도전과제로 규정한 오바마 대통령은 일찌감치 2025년까지 정부 및 민간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26∼28% 감축하겠다고 밝혔으며 파리 당사국총회를 앞두고는 합의 가능성을 높이고자 연방정부의온실가스 배출량을 2025년까지 2008년 대비 41.8% 줄이겠다는 방침도 추가로 발표했다.

세계 1위 경제 대국이자 세계 2위 탄소 배출국인 미국이 솔선수범하겠다는 메시지를 세계 각국에 보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지난달 30일 당사국 총회 연설에서 각 정상에게 할당된 3분을 훨씬 넘겨 무려 14분 동안이나 신(新)기후체제 수립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집념을 보인 데 이어 탄소 배출량 세계 1위 국가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3위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각각 별도 회담을 하고 대책을 숙의했다.

지난해 11월 양국 정상회담에서 탄소 감축량과 시기를 각각 합의한 바 있는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전날에도 합의문 도출이 난관에 봉착하자 긴급 전화통화를갖고 해법을 모색했다.

어젠다 설정에서부터 마지막 합의에 이르기까지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모든 것을 챙긴 것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노력을 전하면서 파리 기후협정 타결은 그에게 큰 승리를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업적, 즉 ‘오바마 레거시’(Obama legacy) 명단에 파리 기후협정을 하나 더 추가할 수 있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역사적인 쿠바와의 국교정상화, 이란 핵합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 등 굵직한 현안을 매듭지은 상태다. 물론 TPP의 경우 미 의회의 강력한 반대 때문에 임기 내 발효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TPP 출범의 큰 초석은 이미 닦은 셈이다.

국내적으로도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와 동성결혼 합법화 등 자신의 핵심 어젠다를 둘러싼 공화당과의 싸움에서 값진 승리를 거둔 상태다.

이런 가운데 갈수록 고조되는 ‘이슬람국가’(IS) 위협, 여전히 끝내지 못한 중동전쟁, 해결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북한 핵문제는 오바마 대통령이 해결하지 못한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미 본토에까지 상륙한 IS의 테러 위협은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며 논란이 확산되는 형국이고, 또 IS 격퇴전 탓에 미국의 전장이 이라크·시리아·아프가니스탄 3곳으로 확대되면서 ‘이라크와 아프간 두 개의 전쟁을 끝내겠다’는 그의 취임 초 선언은 무색해진 상황이다.

아울러 북한은 이란·쿠바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취임 이전 ‘적과의 악수’를 하겠다고 천명한 3개국 가운데 하나지만 유일하게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대다수 한반도 전문가들은 오바마 정부 임기 내에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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