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P 세액공제, 퇴직연금 미가입 중소기업은 가입 자격 조차 없어 역차별 논란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한 제조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이모씨. 그는 본격적인 연말정산 시즌을 앞두고 절세 방안을 고심하던 중 최근 이슈가 되는 개인형퇴직연금(IRP)에 주목했다.

올해 개정된 소득세법에서 연금계좌에 대한 세액 공제가 IRP 추가 납입금액 300만원에 한 해 최대 700만원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IRP 가입을 위해 은행을 찾은 이씨는 크게 실망했다. IRP 가입은퇴직연금 가입자에 한 해 이뤄지고 있는데, 이씨의 직장이 퇴직연금 가입 법인이 아니었던 것. 그는 “중소기업 대부분이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데, 결국 절세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차별하는 것”이냐며 하소연했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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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P를 통한 절세 혜택이 정작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직장인들에게는 돌아가지 않아 이른바 반쪽자리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IRP를 통한 세액공제가 퇴직연금 가입자로 한정되며, 정작 퇴직연금에 대부분 가입하지 않은 중소기업 종사자들은 IRP의 가입 자격조차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복지공단과 한국연금학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퇴직연금 도입 사업장은 2010년 말 9만4000개에서 올해 6월 말 28만9000개로 늘었다.

하지만, 전체 사업장 중 도입 사업장의 비율은 16.5%에 불과하다.

이는 사업장 수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ㆍ영세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 비율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종업원 수 300인 이상인 대기업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77%에 달한다. 특히 500인 이상 사업장은 91%가 퇴직연금을 도입했다.

반면, 10인 미만 영세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11.9%에 불과했다. 10∼29인(39.1%)과 30∼99인(46.0%) 사업장도 퇴직연금 도입 사업장의 비중이 절반에 못 미쳤다.

문제는 연봉 5500만원 이하의 근로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13.2%에서 16.5%로 확대된 올해, 이들 중소기업 근로자가 놓치게 될 세제 혜택은 결코 적지 않다는 것.

올해 연금저축과 퇴직연금(IRP포함)에 700만원을 가득 채운다면 연봉 5500만원을 넘는 직장인은 납입액의 13.2%인 92만4000원을, 연봉 5500만원 이하인 직장인은 16.5%인 115만5000원을 돌려 받게 된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급여도 낮고 노후준비가 더 필요한데 오히려 퇴직연금 미가입 사업장이란 이유로 이같은 절세 혜택을 못 누리는 역차별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퇴직연금의 가입을 의무화한 법안은 1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된 관련 법안(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1년 넘게 상임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기 때문이다.

상임위 최대 현안인 노동개혁 이슈에 밀려 통과 여부도 불투명하다. 법안이 연내에 통과되지 않으면 내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을 의무화하려던 계획도 물거품이 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세제 혜택을 더 누려야 할 중소기업 근로자가, 퇴직연금 미가입자라는 이유로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는 꼴”이라며“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속히 통과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