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노동 관련 5개 법안 저지를 위한 투쟁을 이끌어온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 은신 24일 만에 경찰에 자진출두하면서 민노총의 대(對)정부 투쟁의 예봉은 꺾였다. 그러나 한국노총이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 지침 밀어부치기에 대해 반발하고 나서면서 노ㆍ정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일 한노총에 공문을 보내 “취업규칙 변경 및 근로계약 해지 기준과 절차의 명확화를 위한 논의를 하자”고 요청했다.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하는 것을 말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7일 “기간제 노동자들의 71.7%는 최대 2년까지 더 일할 수 있는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방안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배포한 데 이은 강공 드라이브다.
한노총은 회신 공문에서 “정부와 여당이 노사정 대타협 당시 기간제법 등을 추가 논의 의제로 분류했는데도, 어떤 합의도 없이 노동 5법을 발의했다”며 “노동 5법이 합의 내용에 맞게 개선된 후에야 검토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우선 한노총 지도부는 야당이 패키지 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관련 법안이 쉽게 국회를 통과하기 어렵다고 보고 노사정위를 통한 협의를 일단 이어나간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노총 내부에서는 대정부 투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9일에는 금속노련ㆍ화학노련ㆍ공공연맹 등 한노총 소속 3개 연맹의 단위노조 위원장 45명이 서울 여의도 한노총 사무실에 모여 지도부에 노사정 합의 파기를 요구했다. 이들은 “노동 5법이 국회에서 강행 처리되고 나서 합의 파기 선언을 하면 너무 늦다“면서 “그때 파기 선언이 이뤄지면 누가 지도부를 믿고 나오겠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김동만 한노총 위원장이 9ㆍ15 합의를 해주면서 정부가 관련 법안을 밀어붙일 빌미를 줬다는 비판도 나왔다.
민노총 역시 한노총의 노사정 합의 파기를 요구하고 있다. 민노총 관계자는 “한노총 중 제조ㆍ공공 부문은 이미 우리와 상호 연대를 구축한 바 있고 한노총 내부에서도 산별 연맹의 합의 파기 요구가 높은 걸로 안다”면서 “이런 우려에도 새누리당이 무시하고 입법 강행 추진하는 것을 두고 본다면 이는 한노총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한노총 관계자는 “정부ㆍ여당이 실제로 법안 처리를 강행한다면 이후에는 강력한 대정부 투쟁으로 돌아서는 동시에 총선에서 선거로 심판한다는 것이 내부지침”이라고 밝혔다.
실제 한노총이 대정부 투쟁기조로 전환할 경우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을 둘러싼 노ㆍ정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민노총은 이미 16일 최종진 수석부위원장을 직무대행으로 총파업에 총력을 쏟기로 했다. 노조원들의 이목이 집중됐던 한 위원장의 체포 직후여서 다소 저조했던 상반기 총파업보다 참여율이 높을 것으로 지도부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근로조건 개선이 아닌 정부 정책 반대가 목적인 파업은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총파업에 대해 공권력을 투입해 막을 경우 19일에 예정된 제 3차 민중총궐기에서 불똥이 사회 전체로 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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