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TIME)지가 뽑은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가운데 한 사람인 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이자 작가 레이첼 카슨. 그가 1962년 펴낸 ‘Silent Spring(침묵의 봄)’ 즉 ‘새가 울지 않는 봄’이라는 책이 있다. 그는 책에서 “봄을 알리는 철새들의 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지역이 점점 늘어나고, 새들의 아름다운 지저귐으로 가득 찼던 아침을 맞는다는 것이 이제는 어색한 고요함 뿐”이라고 했다.

“노래하던 새들은 갑자기 사라졌고 그들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던 화려한 생기와 아름다운 감흥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너무도 빨리 사라져 버렸다”라고도 했다. 새들이 살충제, 제초제 등 인간이 만든 화학물질에 오염돼 죽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카메라에 400㎜ 망원렌즈를 달고 세계적 철새도래지인 충청남도 서산시 천수만을 찾았다. 날씨가 제법 추워지면서 새들이 속속 날아드는 모습을 담기 위해서다.

이 곳은 철새들의 쉼터. 갯벌이었지만 간척사업으로 생긴 커다란 담수호와 주변 농경지의 낙곡과 수생식물, 어류, 갈대 등이 철새를 맞이한다. 겨울하늘 햇살을 가르며 화려하게 비상하는 기러기와 먹이사냥에 나선 대백로와 왜가리가 반갑다. 한가로이 물에 떠 있는 물오리도 친숙하다. 지금까지 4만여마리의 철새가 찾아왔다고 지역민은 전한다. 그러나 일몰의 붉은 햇살을 가르는 ‘가창오리떼의 화려한 군무’가 보이지 않는다. 또다른 개발 때문일까. 환경오염 때문일까.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에게 벅찬 황홀함을 선물할 그들은 언제 다시 찾아올까.

새가 살지 못하면 인간도 살 수 없다. 그런데도 인간은 새들의 자리를 뺏고 있다. 지금도 생물들이 멸종하고 있다. 저물어가는 2015년 을미년 양띠해, 가족과 함께 서해바다 천수만 간월호에서 새들의 힘찬 비행을 보며 새로운 새해를 설계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글ㆍ사진= 박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