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유럽 재정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던 남유럽 4개국 ‘PIGS(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에 ‘반(反)긴축’ 정서가 커지며 좌파 정부가 속속 들어설 기미를 보이고 있다. 고통스러운 긴축에도 경제 상황이 좋아지지 않고, 실업률 또한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총선은 변화하고 있는 스페인 민심의 방향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종전에 하원 총 350석 가운데 186석의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던 국민당은 1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이번 총선 결과 과반에 턱없이 모자라는 123석을 확보했다. 대신 좌파 신생정당인 ‘포데모스’와 중도우파 신생정당인 ‘시우다다노스’가 각각 69석과 40석으로 약진함으로써, 정당간 합종연횡 결과에 따라 정권의 향배가 갈리게 됐다.
드러난 수치 상으로는 국민당이 유리하지만 성향상 가까운 시우다다노스와 손을 잡아도 163에 불과해 과반에 미달한다. 게다가 사회당과 포데모스는 모두 연정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에 90석으로 2위를 차지한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당이 정권을 잡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포데모스와 손을 잡고, 좌익연합(Izquierda Unida)과 지역 군소정당까지 연정에 끌어들이면 과반을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당이 이처럼 지위를 위협받게 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긴축 정책에 따른 복지 축소, 높은 실업률, 정치인 부패 문제 등으로 국민의 불만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경제 회복 문제에 주력한 결과 스페인을 유로존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3.1%)을 기록하게 하고 실업률도 21%까지 끌어내렸지만, 국민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다. 스페인 국민의 29%는 빈곤선 근처에 머물고 있으며, 이 가운데 40만 명은 한 달에 300유로(약 38만원)도 안 되는 생활비로 살고 있다.
경제에 대한 불만은 이미 PIGS의 다른 세 나라 정권 역시 바꿔놓은 상황이다.
포르투갈은 지난달 중도 우파 페드루 파수스 코엘류 정부가 집권 11일 만에 실각하고, 반긴축 정책을 내세운 좌파 연립 정권이 출범한 상황이다. 총선에서 38.5%의 표를 얻은 연립 여당이 연정을 꾸려 긴축안을 추진하려 했지만, 사회당이 반기를 들고 야권을 규합해 여당을 실각시켰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은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 때 그리스와 아일랜드에 이어 세 번째로 780억 유로(약 103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은 후 각종 긴축안을 추진 중이다. 안토니오 코스타 신임 총리는 취임하며 “긴축의 악순환을 끊겠다”며 “우선순위는 경제 성장, 일자리 창출, 불평등 해소인데, 공공 계정의 균형을 맞추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리스의 치프라스 총리 역시 긴축 문제로 정치 생명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올해 1월 반긴축을 내걸고 당선됐고 7월 국민투표도 이겼지만, 860억 유로(약 115조원) 규모의 3차 구제 금융 협약을 체결하면서 혹독한 긴축안을 받아들여 국민의 반감을 샀다. 결국 시리자 내 급진파 의원들이 탈당해 연정이 붕괴했고, 대안 정당의 부재로 조기총선을 통해 재신임을 받기는 했지만 국민들의 긴축에 대한 반대는 여전한 상황이다.
반긴축 정서는 이탈리아에도 일고 있다. 지난해 집권한 이탈리아 중도 좌파 마테오 렌치 총리는 노동 유연화 등 우파의 정책을 대거 수용한 결과, 지난 5월 실시된 이탈리아 지방의회 선거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반EU, 반유로, 반긴축을 내세운 극좌파 정치인 베페 그릴로 대표(65)가 이끄는 ‘5성 운동’이 선전했기 때문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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