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대학 졸업장만 있으면 공무원이 돼 편하게 살 수 있었던 시절은 끝났다. 유가가 급락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젊은이들이 취업난에 내몰리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최근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장에는 대학생들이 긴 줄을 이뤘다. 지난해 배럴당 100달러에 달했던 국제 유가가 최근 배럴당 30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부모 세대들은 대학만 졸업하면 공무원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자녀 세대들은 공무원이 되려면 석박사까지 마쳐야한다. 미국 유학을 다녀와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도 있다.
NYT에 따르면 취업박람회에 온 대학생 대부분은 이전에 일을 해본 적이 없었다. 이들 대부분은 아버지의 직업은 공무원이라고 밝혔고, 자신들이 원하는 직업도 공무원이라고 말했다.
아흐메드 모하메드(21)는 “우리 세대는 망했다”며 “모두가 공무원이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지난 수십년간 사우디 왕가는 막대한 오일머니를 이용해 무상 교육, 무상 의료, 에너지 보조금 지급뿐만아니라 고연봉의 일자리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유가가 하락하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정부 주도의 각종 프로젝트들은 연기되고, 각 부처의 지출도 제한되고 있다. 국민들에 대한 세금 부과와 함께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상장마저 논의되고 있다.
이날 사우디를 비롯 러시아, 카타르 등은 유가 안정을 위해 산유량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주요 산유국인 이란과 이라크 등이 동참하지 않아 효과는 미지수다.
사우디 정부 수입의 90%는 원유 생산에서 나온다. 사우디 근로자의 70%는 공무원이다. 민간 기업 역시 정부 지출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할때 사우디 국민들은 굳이 힘든 일을 할 필요가 없었다. 사우디 공무원들은 보통 오후 3~4시면 퇴근한다. 사우디 내 엔지니어나 의료업 종사자는 대부분 외국인들이다.
정부 지출 감소로 공무원 채용이 줄면서 젊은 세대들은 민간 기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대학 졸업자들은 기업들이 원하는 컴퓨터 사용 기술이나 외국어 등을 배우지 못해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고용을 적게 하는 기업에 벌금을 매기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기여하는 일도 적은 직원들을 뽑느라 인건비가 많이 나간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 훨씬 싸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맥도날드의 경우 외국인 직원은 한달 월급이 320달러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같은 일을 하는 사우디인은 정부 보조금을 포함 1460달러를 받는다.
청년 실업 해소 등을 위해 지나치게 원유에 의존하고 있는 경제 구조를 개혁하는 것도 사우디 정부의 과제다.
자드와 인베트스먼트의 이코노미스트인 파하드 알투르키는 “사우디가 지속가능한 경제 모델을 만드는 것이 이슈”라며 “유가 하락은 이에 대한 경고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는 현금 보유량이 많고 국가 부채가 적은데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사우디의 경제 정책은 서른살인 모하메드 빈 살람 왕자가 지휘하고 있다. 살람 왕자는 예멘과의 전쟁 등을 치르면서 연료비를 인상하고, 미개발 토지 등에 세금을 부과했다. 그는 일부 국영기업의 민영화도 추진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해 기업들이 사업 계획을 짜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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