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ㆍ한지연 인턴기자] 1일(현지시각 기준)은 ‘슈퍼화요일’입니다. 미국 대선 경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죠. 이 날 민주ㆍ공화 등 각 당에서 대통령 후보를 지명할 대의원 5분의1 이상이 선택됩니다. 결과는 한국 시각 2일께 나올 예정입니다.
공화당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후보는 부동산개발업자 출신 상속자 도널드트럼프(69)입니다. 자신을 지지할 대의원 수에서 경쟁자를 압도하고 있죠. 이 ‘슈퍼화요일’을 계기로 판세 굳히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다른 분야에선 이미 ‘굳히기’에 성공한 것 같습니다. 바로 막말 이미지죠. 특히 자기처럼 억만장자 클럽에 든 부호에게 말싸움을 걸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재미있는 건 그와 입씨름 ‘판’을 키운 부자들 대부분이 트럼프보다 개인자산이 훨씬 많단 사실인데요. 적게는 갑절, 많게는 10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시비를 걸어 사이가 틀어진 이유 또한 각양각색입니다.
▶‘마약ㆍ강간사범’ 공격 당한 세계 4위 부자=먼저 카를로스 슬림(76)입니다. 개인자산 498억∼530억달러를 지닌 멕시코 최대부호이자 세계 4위 부자입니다. 트럼프 개인자산(45억달러)보다 11배가량 많습니다. 그가 창업한 텔맥스그룹은 멕시코 통신시장 절반 이상을 점하고 있습니다.
슬림 회장과 트럼프가 날을 세운 건 인종차별 발언 때문인데요. 지난해 6월 트럼프는 한 유세현장에서 미국 국경을 넘는 멕시코인들을 마약 밀수입자와 강간범으로 몰고갔습니다.
‘멕시코 경제대통령’으로 통하는 슬림 회장은 즉각 반발합니다. 같은 달 그가 거느린 텔레비전 제작사 스튜디오 ‘오라 TV’는 트럼프 측과 벌이려던 사업을 없던 일로 해버렸습니다.
슬림 회장 측 대변인도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인종차별주의적이며 완전히 잘못된 행동이다. 편협한 사람과는 함께 일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친구사이를 부정당한 블룸버그=전 뉴욕 시장을 지내기도 한 마이클 블룸버그(74) 블룸버그 창업자는 트럼프에게 ‘절교’를 당한(?) 케이스인데요. 18일 현재 블룸버그의 자산은 421억달러로 트럼프의 9배에 달합니다.
트럼프와 블룸버그는 원래 수 십년 간 잘 알고 지냈습니다. 둘은 서로의 사업 감각을 칭찬했습니다. 트럼프는 블룸버그가 뉴욕 시장이던 시절 둘 사이 이해관계를 내세우며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죠.
그러나 둘의 우정엔 빠르게 금이 갑니다. 블룸버그 소유 매체들이 트럼프의 대선 경선 출마 소식 등을 ‘탐탁찮게(?)’보도해서인데요.
블룸버그 본인도 가세했습니다. 그는 지난 18일 “상대를 ‘손가락질’하는 것으론 문제를 해결 못 한다”고 말한 것이죠. 트럼프를 에둘러 비판한 것입니다. 게다가 블룸버그가 무소속으로 대선판에 나올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는 상태입니다.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트럼프는 이미 블룸버그와 ‘친구 아님’을 선언했습니다. 그는 폭스 비즈니스(Fox Business)와 인터뷰에서 “내가 알기로, 그는 내 친구였다. 하지만 더 이상 그는 내 친구가 아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사우디 왕자와는 ‘트위터 썰전’=트럼프는 사우디 왕실과도 한바탕 설전을 벌였습니다. 바로 알 왈리드 빈 탈랄(Alwaleed bin Talal Al-Saudㆍ61) 왕자입니다. 그의 개인자산은 200억달러로 트럼프보다 4배가량 많습니다.
지난 1월 말 트럼프는 폭스 뉴스 앵커 메건 캘리의 사진을 리트윗했습니다. 그 사진엔 알 왈리드 왕자와 그의 여동생이 합성돼 있었죠. 알 왈리드 왕자와 메건 켈리 모두 트럼프에겐 ‘눈엣가시’였습니다.
알 왈리드 왕자는 지난해 12월 트위터로 트럼프에게 “당신은 전 미국의 수치”라며 비난한 전력이 있었습니다.
메건 켈리도 마찬가집니다. 트럼프와 인터뷰를 하며 날카로운 질문을 해서입니다. 공격 당했다고 여긴 트럼프는 여성비하 발언으로 맞섰습니다.
리트윗 하나로 둘을 모두 ‘디스’한 셈입니다.
이에 알 왈리드 왕자는 트위터로 그 사진이 가짜일 뿐 아니라 그가 예전에 트럼프를 경제적으로 도와줬다고 반박했습니다. 확인해 보니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를 부정했죠. 데일리 메일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알 왈리드를 만난 적도 없다고 주장하며 “내가 아니라 알 왈리드에게 긴급구제 자금을 당장 보내야 한다. 그는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가짜 여론조사”로 매도당한 미디어 거물=세계 미디어업계의 주요인물 중 하나인 루퍼트 머독(84) 뉴스코퍼레이션 회장또한 트럼프의 ‘시비 공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머독 회장 개인자산은 108억달러. 트럼프의 갑절 이상입니다.
머독이 트럼프의 유감(?)을 산 이유도 블룸버그의 사례와 비슷한데요. 자기가 나오는 보도나 여론조사가 불공평하단 것이죠.
트럼프는 머독이 소유한 미디어 업체 폭스 뉴스와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이 그의 대선 행보를 불공평하게 다룬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지난 달 폭스 뉴스의 대통령 후보 토론에도 나오길 거부했습니다.
트럼프는 머독 소유 미디어들의 조사결과를 “가짜 여론조사”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factism@heraldcorp.com 그래픽. 이해나 인턴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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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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